셰일오일 성공 및 기술발전으로 세계원유공급 차질 가능성 낮아, 이라크 위험 장기화 대응책 필요

은호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최근 중동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이스라엘-하마스간 무력충돌도 확대 일로에 있으나 국제유가의 반응은 매우 미온적이다. 또한 세계 최대산유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이 매우 위험스러운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국제유가는 이에 별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8월중 배럴당 112.4달러로 최근 1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중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이라크 북서부 지역을 장악하고 소위 이슬람 국가건설을 선언한 후 이라크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두바이유는 6월중에만 일시 배럴당 110달러 내외 수준으로 상승하였을 뿐 최근에는 배럴당 103~104달러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

과거 세계원유시장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대두될 때마다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지정학적 위험 증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셰일오일(Shale Oil)의 성공 및 기술발전으로 시장참가자들이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세계원유공급의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데 기인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세계원유시장의 공급구조에 큰 변화가 발생한 점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며 이는 산유국은 물론 비산유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우선 셰일 혁명과 비산유국의 빠른 원유생산 증대 등으로 과거와는 달리 OPEC국가의 원유공급 차질이 세계석유시장의 지정학(geopolotics)에 미치는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 확대로 미국이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OPEC은 국제원유시장에서 권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던 산유국들의 자연자원 보호주의가 끝나감을 의미하며 국제유가가 앞으로 구조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국제유가의 구조적인 하락세는 앞으로 산유국과 비산유국의 경제에 서로 상반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유국중 경제·제도적 기반이 비교적 양호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등은 이러한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나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이란, 이라크 등은 국제유가의 약세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비산유국들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경제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으로 세계원유시장의 대규모 공급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만일 최근의 이라크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개발 및 생산 확대에 필수적인 해외투자가 축소되거나 또는 중단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라크의 원유생산 잠재력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이의 장기파장에 대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 면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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