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 기자

지난 주말 구미 지역에서 개최된 청소년 행사에서 과도한 자식 사랑으로 행사에 참석한 1만 여명의 구미시민들을 '을'로 전락케 한 일부 인사들의 행동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3일 오후 4시부터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이 행사는 청소년 가요, 그룹댄스 등 각 부문 대상 팀에게 상금과 함께 장관상이 수여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꿈의 등용문이다,

특히 구미인근의 청소년들에게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인기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직접 보고 즐기며 문화갈증을 해소하는 오아시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행사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응원을 위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학생들의 긴 줄은 행사 하루 전날 밤부터 계속됐다.

행사 당일 만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2일 오후 6시부터 친구들 3명과 함께 행사장 밖에서 밤을 새며 줄을 섰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도 있었다"며 "어제 밤에는 조금 춥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오빠들을 볼 생각에 지금은 하나도 춥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꼬박 20시간을 기다려 행사장 안에 들어온 여학생들의 자리도 앞에서 네 번째였다. 물론 그 앞자리는 이 여학생들보다 더 일찍 와 기다린 학생들의 차지였다.

참가팀 공연과 시상식에 이어 본격적인 인기가수의 공연이 준비되자 행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앞자리를 차지한 학생들도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에 한껏 들떠 있었다.

순간 무대 앞에서 모 시의원이 학생 3명의 손을잡고 와서 진행요원과 귓속말을 하더니 재빠르게 앞 쪽 자리에 앉게 했다.

잠시 후 또 다른 낯익은 얼굴이 무대 앞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예상한 대로 그들은 모두 지역에서 소위 한자리 하는 구미시 주요 인사들이다. 손을 잡고 나온 학생들은 이들의 자녀나 자녀들의 친구로 예상됐다.

행사장 뒤에서 익숙한 안면으로 자리를 부탁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자식가진 부모심정'으로 이해 할만하다.

하지만 잠시 고개만 들면 행사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형, 시민 등 1만 여명의 눈을 마주해야 하는 무대 앞에서의 이러한 행동은 소위 말하는 '갑질'이 아니고는 이해 할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힘을 등에 입고 남들보다 쉽게 자리를 차지한 학생들과 이를 목격한(20시간 넘게 초가을 추위를 견디며 겨우 자리를 차지한)학생들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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