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코스타리카축구

'꽃미남' 백지훈(21.FC 서울)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팀 패배에도 여전히 빛났다.

백지훈은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맥아피 콜리세움에서 열린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맹활약했다.

비록 경기에서는 0-1로 패했지만 중앙에서 종횡무진하며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 미드필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공격에서도 백지훈의 움직임은 돋보였다.

백지훈은 전반 26분 정경호(상무)가 찔러준 패스를 상대 골지역 왼쪽에서 받아 서너 발짝 숨을 조절한 뒤 강슛을 때렸다.

볼은 아쉽게도 수비수 몸을 맞춘 뒤 왼쪽으로 빗나갔지만 결정적인 순간 수비수 뒷 공간으로 침투하는 백지훈의 발빠른 움직임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백지훈은 후반 23분에도 오른쪽으로 파고들며 수비수 2명을 젖히고 이천수(울산)에게 정교한 패스를 연결,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 전문 키커로서 자질도 인정받아 코너킥을 전담하기도 했다.

이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백지훈은 경기가 끝난 뒤 한국측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지훈은 '더블 보란치(수비형 미드필더를 좌우에 2명 세우는 방식)' 배치에서 처음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5일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 및 8일 LA갤럭시와 평가전에서 김남일(수원)과 이 호(울산) 2명을 좌.우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더블 보란치를 실험했다.

하지만 미국과 LA갤럭시전에서는 김두현(성남)이 2경기 연속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김두현은 LA갤럭시전(3-0 승)에서 두번째 쐐기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해외전지훈련 들어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거의 모든 경기에 출장한 데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칭찬을 독점하며 주전 자리를 굳힌 것처럼 보였던 백지훈으로서는 치열한 자리 다툼을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훈 기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절대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백지훈은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더구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멕시코전에서는 베스트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백지훈으로서는 이날 김두현보다 더욱 나은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백지훈은 김두현이 골 맛을 보며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을 염두에 둔 듯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 내 플레이에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지훈이 과연 세살 위 선배이자 강력한 라이벌 김두현을 상대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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