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료 직접 개발…질 좋은 한우 제공 위해 고군분투

전국한우협회 포항시지부 김상율 지부장이 "사료 값 절약과 한우 품질고급화에는 조사료가 최고"라며 소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더 맛있는 한우를 제공하기 위해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했다.

말 그대로 청춘을 오로지 소를 키우는데 쏟아 부었다.

하지만 오늘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농업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전국한우협회 포항시지부 김상율(52) 지부장은 아직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김상율 지부장이 직접 재배한 조, 옥수수 등 8개 종류의 곡물을 배합기에 넣어 조사료를 만들고 있다. 이종현기자 salut@kyongbuk.co.kr

△ 송아지 3마리로 시작, 청춘의 도전이 시작됐다.

(사)전국한우협회 포항시지부 김상율 지부장은 포항오천중학교를 거쳐 해양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입사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성취감은 물론 자부심마저 없던 자신을 발견, 입사 몇 개월 만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회사를 나온 뒤 김상율 지부장은 1981년 당시 22살에 집에서 기르던 송아지 3마리를 얻어 직접 사육하기 시작했다.

넉넉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김상율 지부장은 아버지가 남구 오천읍에서 논농사를 지으면서 소 한 두 마리를 사다가 사육, 숫자를 불리는 등으로 자신을 포함한 7남매의 공부와 생활비 등을 버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이로 인해 김상율 지부장은 농사보다 축산 쪽에 이윤이 더 큰데다 자신과 잘 맞는다고 판단, 축산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상율 지부장은 "아버지를 보면서 농업은 내가 흘린 땀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그게 농업의 매력임을 그때 이미 알게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후 1987년 소는 30여 마리로 불어나 더 이상 본가에서 키우기에 녹록하지 않아 현재 자신이 운영 중인 광명농장 부지로 이전하게 됐다.

소를 팔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꾸린 광명농장은 현재까지 1만여 평 정도로 소 500여 마리를 키우면서 지속적으로 농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 김상율 지부장, 조사료에 눈을 뜨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소 사육은 2007년에 들어서며 곡물가가 인상된 데다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FTA)이 본격 진행되면서 위기가 닥쳤다.

2005년부터 이미 전국에서 조사료가 불씨를 피운 상태로 포항의 경우 김상율 지부장이 조사료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 정착에 앞장섰다.

3년 뒤 '포항조사료공동생산사업단(이하 조사료사업단)'을 발족, 현재 회원 500명이 지역 곳곳에서 1천500㏊의 조사료를 재배하는 등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김상율 지부장은 '소는 풀을 먹는 가축'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내세워 처음 자가 노동력으로 산야초와 볏짚 등으로 소에게 조사료를 주는데 성공해 1990년 당시 영일군에서 처음 마을공동작업반을 구성했다.

이후 조사료사업단을 이끌면서 직접 자신의 농장 근처에서 수단 등 곡물을 키우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직접 키우거나 사들인 곡물 조, 옥수수 등 8개 정도를 조사료 공동생산시설에서 포장작업을 거쳐 각 농장에 오면 배합기에 생균제를 넣어 조사료를 만든다.

이에 따라 조사료 덕에 사료 값을 절약, 한해 1억여 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

이처럼 조사료는 사료 값을 줄일 뿐 아니라 소에게 출하 6개월 전에 먹이면 위와 뼈가 튼튼해져 출하 말기에 곡물사료를 먹였을 때 사료를 잘 흡수해 소의 등급을 나누는 마블링이 늘어나는 효과를 준다.

조사료는 사료 값 부담을 덜어주고 고기의 육질을 좋게 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누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올해 김 지부장의 농장을 거친 소 역시 1등급 이상의 고급육이 86%를 기록했다.

김상율 지부장은 "단순하게 사료 값을 아끼기 위해 조사료를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고급육 생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조사료를 넘어 가축질병 예방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0년 처음 구제역이 발생하자 '마을자율방제단'을 운영, 오천읍은 한 번도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유지될 수 있게 됐다.

또한 2010년 지역 한우농장에서 최초로 가축사육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농장으로 지정됐으며 2012년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까지 받는 등 축산물 위생과 안전성, 품질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지역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시 공동브랜드 '영일만 친구'에도 참여, 오직 질 좋은 한우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 지부장은 "33년 소를 키우면서 나의 큰 자랑이라 하면 우리 소는 질병에 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항상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 하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 국내를 벗어나 국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외국 농산물이 개방되면서 농업인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자 김상율 지부장의 걱정도 늘어났다.

특히 지역의 우수한 소가 다른 지역으로 팔려갈 때 마음이 더 아프다는 김 지부장은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인정받아 농가 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비교적 비싼 가격에 소를 구입하지만 운송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오히려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상율 지부장은 지역 초·중·고에 한우 맛 체험 행사를 갖고 한우 알리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무료 급식소를 방문, 무상으로 한우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에도 따뜻한 손길을 뻗치고 있다.

김상율 지부장은 "국내를 벗어나 국외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겪은 시행착오나 경험 등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면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농업인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지역보다 뒤지지 않은 포항 한우의 참 맛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알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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