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가 2007 아시안컵 예선 첫 경기를 치르기 위해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고대 이슬람 문화 유적이 가득한 시리아 알레포에 입성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청소년(U-20)대표팀이 지난해 2월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와 두 차례 친선경기를 가진 적은 있지만 한국 축구 A대표팀이 시리아에 발을 디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모상으로 네덜란드에 일시 귀국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영국 런던에서 팀과 합류해 알레포에 들어섰다.

이날 알레포 공항에는 현지시간으로 늦은 밤 시간대였지만 주레바논 대사관의 권상희 영사 내외를 비롯한 알레포 교민, 다마스쿠스에서 유학 중인 한국 대학생 등 15명이 나와 태극전사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오는 22일 오후 9시 알레포의 알 함다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릴 시리아와 2007 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은 지금까지 아드보카트호가 치른 평가전과는 의미가 다른,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경기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제1회 대회인 1956년(홍콩)에 이어 1960년(한국) 거푸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후 정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1968년, 1976년, 1992년 대회 때는 본선 진출조차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던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8강전에서 이란에 3-4로 패해 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시리아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95위(한국 31위)에 처져 있긴 하지만 전력이 베일에 싸여 있는 데다, 최근 한국전에 대비해 가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 팔레스타인을 3-0으로 눌렀고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경기에서도 1-1로 비겼을 만큼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아전은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해외 전훈을 총결산하는 자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는 3월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앙골라와 평가전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 등 해외파들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시리아전이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한달 남짓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온 국내파 태극전사들이 기량을 겨룰 사실상의 마지막 자리인 셈이다.

시리아전 베스트 멤버는 독일행을 예약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극전사들은 오랜 원정 훈련과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번 시리아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해외 전훈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이천수(울산)는 "국내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마지막 경기다. 선수들이 겉으로는 웃어도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도 죽기 살기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정경호(광주)도 "평가전에서 부상 없이 전 경기를 뛰었고, 미국에서 가진 평가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나 뿐이다. 감독님이 기회를 줬고, 내 능력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면서 "이번 전훈을 통해 팀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비록 공격수로서 골은 없었지만 동료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 줘 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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