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내년총선 불출마 선언 김문수·권오을 등 출마 거론

새누리당 4선의 이한구 (대구 수성갑)의원이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 현역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으며 젊고 참신한 후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열정적인 후보자가 충분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당협위원장직도 사퇴하고 후임자를 물색하도록 당에 요구했다"면서 "저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았지만, 경제혁신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은퇴한다고 해놓고 다시 들어오고 그러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역구를 관리하는 부담에서 빨리 벗어나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해 비례대표 출마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경제통인 이 의원은 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국회 창조경제활성화특별위원회를 맡고 있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기초안도 주도적으로 마련했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도 중심지라는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현 정부에서 내각 진출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갑작스러운 이 출마의 불출마 선언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각각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역주의의 벽'을 깨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던 야당 지지 세력이 많은 지역이며, 특히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선 당시 권영진 후보를 3.4포인트 앞선 지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차기 총선에서 이 의원이 70세의 고령의 나이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자신의 지역구에 대해 중앙당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는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영천출신)당 보수혁신특위위원장과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권오을 (안동출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경환 부총리 측근인 대구 출신의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도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중진의원 착출론으로 광역단체장에서 압승을 했던 데이터가 있는 만큼 김부겸 후보와의 상대자로는 신인 정치인이 아닌 중진급에서 선수를 선발해 대진표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한구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영남권 의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 의원의 불출마가 혹시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영남권의 다선 중진 의원의 '용퇴'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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