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마도서

"이미 이지경에 이르러 너희들의 음식을 먹고 너희들의 명령에 따르는 것은 의(義)가 아니니 지금부터 단식(斷食)하겠다."

조선말기 항일의병운동에 나섰다 일본군에 의해 쓰시마(對馬)에 끌려간 뒤 일본의 음식을 먹지 않겠다며 단식하다 옥사한 유학자이자 의병장인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1833-1906년) 선생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 일본에서 그의 넋을 기리는 진혼(鎭魂)제가 열렸다.

울산 울주문화원은 26일 일본 쓰시마 이즈하라 시내에 있는 수선사(修善寺)경내 최익현 선생 순국비 앞에서 이두철 울주문화원장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면암 최익현 선생 서거 100주년 기념 진혼제'를 개최했다.

올해로 최익현 선생 서거 100주년을 맞아 선생이 숨진 쓰시마가 울주군과 자매결연도시라는 인연으로 울주문화원이 적극 나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진혼제는 도포를 입은 참가자들이 먼저 신명에게 고하는 축문을 읽은 후 초헌관인 이두철 원장이 첫잔을 올리고 이어 아헌, 종헌 등의 차례로 잔을 올렸다.

제례가 끝난 뒤에는 뒤풀이 행사로 중요무형문화재 73호인 탈춤 가산오광대 이수자인 손옥희씨가 최강호 고수와 함께 애국지사로 운명을 달리했던 면암 선생의 강직한 나라사랑을 표현하는 내용으로 만든 창(唱)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재일 한국인문화예술협회와 무용협회 부회장인 재일동포 무용가 정명자씨의 진혼무로 1시간에 걸친 진혼제는 막을 내렸다.

특히 이날 차려진 진혼제 제상에는 면암 선생이 일본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단식한 항일정신을 기려 일본에서 구하지 않고 한국에서 직접 가져간 밤, 대추, 쌀, 조기 등 10가지 음식이 올려졌다.

이두철 원장은 "면암 선생은 우리나라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그가 순국한 쓰시마에서도 아직 그의 높은 뜻을 기리는 사람이 많다"며 "울주문화원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양국의 친선과 문화교류를 위해 쓰시마에 있는 우리 유적지 탐방과 진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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