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마다 탑과 불상 안오신 듯 다녀가소서

경주시 인왕동을 비롯한 4개 동과 경주군 내남면 용장리에 걸쳐있는 남산은 금오봉과 고위봉을 비롯한 180여 개의 봉우리와 주능선에서 뻗어 내린 약 40여 개의 등성이와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는 서라벌의 진산(鎭山)이다.

북의 금오봉(金鰲峰 468m)과 남의 고위봉(高位峰 494m)을 중심으로 동서 너비 4km, 남북 길이 10km의 타원형으로 한 마리의 거북이 서라벌 깊숙히 들어와 엎드린 형상이다.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여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고 있으며 완만한 동남산과 골이 깊고 가파른 서남산으로 크게 나누어 지고 있는 작으면서도 큰 산이다.

남산은 온 산 넓게 펴진 자락마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는 흥망성쇠의 유서깊은 역사와 간절한 전설이 서려있다. 때로는 젊은이의 심신 수련장이었으며, 나라를 지키는 간성이 되기도 하고, 백성들의 영험 있는 신앙지이며, 불교의 성지였던 남산에는 왕릉 13기, 山城址 4개소, 사지(寺址) 147개소, 불상 118체, 탑 96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672점의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이들 유적 중 보물 13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 44점이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보호받고 있는 산이다.

지금은 매일 등산하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산행코스 또한 너무도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다. 접근이 용이하고 편의시설이 좋은 대표적인 몇 코스만 소개하면 먼저 삼릉에서 냉골(삼릉골)을 따라 오르다 상선암에서 휴식하고 금오산 정상을 왕복하는 코스로 지천에 널린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는 유적과 불상들을 두루 만날수 있는 코스인지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다보면 대여섯시간이 후딱 가버리는, 가장 많이들 찾는 기본 코스 이다.

두번째는 용장리 들머리에서 오른쪽 열반골을 타고 고위봉으로 올랐다가 천룡사지를 거쳐 회귀하는 코스와 왼쪽으로 용장골을 따라 용장사지를 거쳐 금오봉으로 오르는 왕복코스도 많이들 선택한다.

세번째는 틈수골 들머리에서 천룡사지를 거쳐 고위봉에 올랐다가 능선(고위능선과 봉화대능선)을 따라 금오봉을 거쳐 포석정까지 완전히 종주를 하는 긴 산행길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문화유적을 많이 접 할 수가 없으므로 단순하게 산행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선택한다.

네번째는 동남산 방면에서 오르는 많은 코스가 있지만, 통일전 옆의 큰 주차장에 주차하고 서출지를 감상하고 탑말에서 남산 순환로를 따라 금오봉을 왕복하는 코스로 어린이를 동반하고 가족이 여유롭게 남산을 즐길 수 있는 넓고 완만한 코스이다.

그 외에도 남산은 거미줄같이 얽힌 산길로 산 전체가 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유적답사와 산행을 겸 할 수 있는 곳인데 몇 년 전 일어난 큰 산불로 정상주변을 비롯하여 서쪽등성이 대다수를 태워버렸다. 지금도 듬성듬성 상처가 아물지 아니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정상에 서면 경주시가지는 물론, 동쪽으로 토함산, 서쪽으로 선도산, 북쪽으로 소금강산이 막고 있어서 남산은 남쪽을 지키는 요충지임을 한눈에 알수 있는데, 서라벌의 찬란했던 흥망성쇠의 문화와 역사유적지를 훤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산행을 하시더라도 부디 ‘안 오신 듯 다녀 가소서’.

▶제1 코스(삼릉~용장리): 삼릉→냉골→상선암→금오봉→용장사지→용장골→용장리 주차장 하산 (약 8km 4시간 소요)

▶제2 코스(고위봉 왕복): 용장리→열반골→관음사→능선안부→고위봉→천룡사지→열반골→용장리 하산 (약 4km 2시간 소요)

▶제3 코스(능선 종주): 틈수골→천룡사지→고위봉→고위능선→봉화대능선→이영재→순환도로→금오봉→전망대→포석정 하산 (약 12km 6시간 소요)

▶제4 코스(통일전 순환도로 이용 왕복): 통일전 주차장→탑말→(순환도로)→이영재→금오봉→통일전 주차장 회귀(약 6km 3시간 소요)

경주역에서 남산(삼릉 주차장)까지 10분정도 소요되는 500번대 시내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요금은 좌석이 1,150원, 일반은 800원 이다. 포항에서 삼릉까지는 약 36km, 승용차로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경주시 群域(경주시가지, 감포읍, 양봉면, 내삼면, 산내면, 건천읍 등 총 면적 138㎢) 전체가 1968년 12월31일 제2호 국립공원으로 지정 되었다.

구역별로 남산지구, 대본지구, 서악지구, 화랑지구, 소금강산지구, 단석산지구, 토함산지구로 나뉘어져 있으며, 어느 한 곳도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굳이 선택하여 소개 할 필요가 없이 발길닿는 모든 곳이 볼거리요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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