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오면 폐수 몰래 방류

지난 18~19일 오랜 가뭄 끝에 포항지역에도 100mm가 넘는 비가 내리자 수십년간 끊임없던 폐수방류문제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지적과 52만 시민들의 질타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철강관리공단의 폐수방류와 관련한 문제점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 포항철강공단입주와 현실태
포항철강공단은 지난 60년대말 영일만지역에 포항제철이 설립되면서 1공단이 조성됐으며, 이후 입주업체가 늘어나자 80년대와 90년대에 각각 2공단과 3공단이 조성됐다.
또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에 제 4단지 조성을 위해 한국토지공사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철강공단에는 청림공단지역을 포함해 모두 217개사가 입주해 201개의 철강 및 관련기업들이 조업중이다.
■ 철강업계의 특성
철강업은 여타의 산업과 달리 철광석이나 고철 등을 녹인 뒤 다양한 용도로 빌레트, 후판, 각종 강판류, 철근류, 봉강류 등을 생산하기 때문에 냉각용수만도 하루 수십만t의 물이 소요된다.
또 제품부식방지 등을 위한 방청제와 이물질제거를 위한 산세작업에 각종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당국은 이들 냉각수나 화학물질을 이용한 뒤 나오는 폐수나 특정폐기물의 경우 환경관련 법규에 따른 폐수처리시설 설치와 지속적인 단속활동으로 과거에 비해 폐수방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폐수처리시설과 폐수처리에 따르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이 시설의 가동을 꺼릴 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그동안 공단업체들은 비만 오면 폐수를 방류한다는 의심을 받아왔고 실제로 지난 18일 강원수문지역과 3단지 일대, 구무천 및 각 지류 등 공단내 곳곳에서 기름띠 섞인 시커먼 폐수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다 야적된 각종 원료와 연료탄, 생산제품 등에서 나오는 분진이 도로와 공장일대에 쌓였다가 비만 오면 아무런 정화조치도 없이 형산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또 과거 철강관리공단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매립토중 철분성분을 많이 함유한 흙이 많아 평상시 구무천은 산화철로 인해 항상 검붉은 빛을 띤 채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
■ 포항철강공단의 문제점
포항철강공단 발생한 환경오염사고의 공통점은 각종 폐수 및 유류유출사고시 대부분 하수 또는 우수관로를 통해 아무런 정화조치없이 형산강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즉 현재 철강공단업체내에서 환경법에 의한 폐수나 지정폐기물 등은 강력한 단속이 이어지면서 불법행위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우수 또는 하수관로를 통한 오염사고는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다.
포항철강공단에 대한 환경관련행정은 포항환경출장소와 포항시가 업무를 분담해 1,2공단지역의 폐수 및 지정폐기물업무는 포항환경출장소가, 3공단지역은 포항시가 업무를 관장한다.
그러나 1,2공단지역 우수 및 하수관로는 포항시가 관장하고 있어 이 일대 공장은 환경부와 지자체로부터 이중의 관리감독을 받음으로써 업체는 업체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부담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양 기관간 업무협조가 제대로 안돼 유사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포항지역에는 20일 현재 철강공단에만 201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공무원은 환경출장소와 포항시 등 5~6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포항공단 뿐만 아니라 경주지역 3개 공단(환경출장소)과 포항시내 각급업체 및 일반 환경업무도 병행해야하기 때문에 수박겉핥기식 지도단속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대책
포항철강공단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우수·하수관로가 분리되지 않아 각종 오염물질이 섞인 물이 아무런 정화조치도 없이 형산강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관로를 분류식으로 설치해 강우시 범람으로 인해 오염된 하수가 형산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한편 공단전용 하수처리장 설치가 절실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 사상공단 및 신평장림공단지역의 경우 공장에서 처리된 모든 폐수와 각종 하수를 하류에 위치한 장림하수처리장으로 보내 강물오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며 포항도 이같은 전용처리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행 환경법은 공단성격이나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환경부와 지자체가 업무를 분장하도록 돼 있어 업체는 이중의 지도감독을 받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행정 역시 중복된 업무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환경업무의 일원화와 함께 전담인력을 충원함으로써 심도있고 실질적인 지도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규 정비가 절실하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환경문제가 이어지자 현재 대송면 향토청년회가 환경순찰대를 조직해 매일 순찰을 도는 등 지역 시민단체와 애향단체들이 환경오염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환경당국은 이들 단체들과의 업무협조를 통해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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