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 수모겪는 여인의 일생

이탈리아 출신의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주 활동무대인 프랑스를 떠나 고국으로 잠시 돌아갔다.‘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신작 ‘말레나’를 위해서다.
1940년대 시칠리아, 지중해를 낀 시골마을로 돌아간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서’수모를 겪는 여인의 일생을 연기한다.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놓고 홀로 남은 젊고 예쁜 유부녀에 대한 여자들의 시기심, 끈적끈적한 추파를 던지는 뭇남자들의 욕정이 부담스러운 그녀에게 어느날 남편의 전사통지서가 날아온다.
군대에서라도 살아있어 방패막이가 돼주던 남편이 없어지자 말레나는 빵을 들고 온 남자들에게 육체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기가 무섭게 마을 여자들은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발길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시칠리아의 꿈이자 환상이던 미인 말레나는 단번에 만신창이가 돼버린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와도 같은 영화 ‘말레나’에서 모니카 벨루치는 우아한 자태와 관능적인 몸짓, 우악스런 마을 여인들의 발길질에 속수무책으로 망가지는 굴곡 많은 연기를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듯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모니카에 의한, 모니카를 위한 모니카의 영화다.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파시스트의 상징인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를 눈부시게 걸어오는 말레나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
말레나가 막 사춘기에 접어든 13살짜리 소년의 육체와 정신에 물과 햇빛을 공급하는 여신으로 존재한다는 성장영화식 전개방식이나 이탈리아의 이국적 풍광을 감상적이고 낭만적으로 담아낸 감독의 감수성 등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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