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봉정사

퇴계탄신 500주년을 맞아 안동시는 오는 10월5일부터 31일까지 낙동강변 축제장과 한국국학진흥원, 도산서원 등지에서 세계유교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안동시는 축제를 앞두고 각종 행사준비와 가로 정비사업, 문화재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안동에는 유교문화 뿐만아니라 풍부한 불교문화 유적들도 즐비하다. 불교문화 유적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봉정사를 들 수 있다. 봉정사는 안동시내에서 예천방면으로 자동차로 20여분쯤 달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절이다. 천등산 중턱에 단아하게 자리잡고 있는 이 절은 지난 72년 이후 불교계는 물론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2년 9월, 극락전(국보 15호)의 해체 보수공사 과정에서 1625년(인조 3년)에 작성한 상량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상량문의 ‘지정 23년 계묘(至正二十三年卯)’라는 구절이 확인되면서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정 23년’은 고려 공민왕 12년, 즉 1363년으로 그전까지 부석사 무량수전(고려 우왕 2년, 1376년 건립)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건물인 것을 훨씬 능가하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극락전은 자연석과 가공석으로 쌓은 기단 위에 정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 주심포 건물로 고려시대 건물이지만 통일신라시대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봉정사 대웅전 또한 우리 건축사의 귀중한 유물이다. 현존하는 다포계 건물로 최고의 목조 건물이기 때문이다. 보물제55호로 지정돼 있는 대웅전은 조선초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로 최근 해체 복원작업을 마무리해 깨끗하게 새단장됐다.
봉정사에는 이뿐만 아니라 지난 97년 후불탱화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희귀한 벽화 형태의 탱화가 발견돼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고려시대 탱화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이 후불탱화는 대웅전을 처음 창건할 때 그려진 것으로 1476년에 그려진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 아미타 3존도보다 앞선 시기에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 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만세루도 건축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문루(門樓)는 사찰의 중심공간인 본당으로 들어가는 문의 역할과 목어, 운판, 범종, 법고 등 사물을 두는 누각의 기능을 함께하는 것으로 정면 5칸, 측면 3칸의 건물이다.
봉정사에는 도유형문화재 182호 3층석탑과 30점이 넘는 다양한 성격의 탱화, 선사 월암당 진영 등 고승들의 진영 12폭 등 수많은 유물을 간직하고 있다.
고색창연한 봉정사에서는 어린 스님의 고뇌를 담는 영화 ‘동승’의 막바지 촬영작업이 한창이다.
유교문화축제 기간동안 안동을 찾아올 때 봉정사는 꼭 한 번 찾아봐야할 곳이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맑은 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고, 한국 산중불교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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