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민간재고량 1,500만석 예상…가격폭락 우려

쌀재고량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 쌀재고 관리 부담과 함께 쌀값폭락이 우려되면서 국내 쌀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민주당측 간사인 장성원 의원은 17일 당4역·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농촌에서 쌀이 남아 정부가 해결 못하면 큰 문제”라며 쌀재고처리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연이은 풍년으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현재 정부와 농협, 민간에서 보유중인 쌀재고량은 1천200만석에 달하고, 올 가을 추곡수매가 시작되면 재고량은 1천500만석정도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농촌에선 관리비 부담 증가에 따른 농협재정 악화와 쌀값폭락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
세계식량기구(FAO) 권장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보유량은 850만석 정도이므로, 올 가을에는 권장치의 2배에 달하는 쌀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 보유미의 방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민간이 보유한 250만석 가량의 재고를 정부가 구매해주는 방안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검토되고 있다.
한편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kg 가마당 16만229원으로 이는 지난 해 정부수매 1등품 가격인 16만1천270원보다 1천41원이 낮아졌다.
또 7월 25일 기준 소비자가격은 18만8천110원으로 지난해말보다 390원이 낮아졌다. 이같은 쌀재고 폭증과 쌀값 하락에 대해 재배농가는 물론 미곡종합처리장(RPC)업계와 전문가들은 매우 걱정을 하고 있다.
경북대 농대 손재근 교수(농학과)는 이를 방치할 경우 국내 쌀농업의 붕괴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손교수는 “현재의 쌀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한 달 후 햅쌀이 나오면서부터 재고는 더욱 높아지며 이에 따라 쌀값은 더욱 떨어질 게 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정부의 수매물량은 적어지고 농민들과 미곡처리장은 더욱 싼값에 쌀을 판매할 수 밖에 없어 쌀농사에 대한 매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2004년부터 수입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면 국내 쌀산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가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위기를 모르고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면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현재의 정부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손 교수는 “쌀위기의 근본원인은 쌀소비의 감소”라며 “군인과 학생들에 대한 급식을 묵은 쌀이 아니라 최고급 쌀로 해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쌀을 기피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들의 입맛을 지금 돌려놓지 않으면 피자와 햄버거를 비롯 자장면 등 밀가루로 만든 외국식품에 우리 입맛이 길들여져 국내 쌀산업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현재의 국내 쌀산업 증진을 위해 논농업직불제의 상한선을 없애는 등 더욱 확대하고 밭작물직불제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곡처리장 운영자들이 올해 정부수매물량을 제외한 자체 수매물량을 대폭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런 위기감을 더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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