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난립 문제

경주시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관하는 2001년 도시평가에서 최우수도시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친환경, 녹색교통, 주민참여, 문화, 정보화, 도시관리 등 6개 부문에 걸친 이번 평가에서 경주시는 친환경부문에서 1위와 문화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여 종합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종합 1위란 쉽게 달성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축하를 받을 만하다.
이번 수상을 알리기 위해 경주시내 곳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주민 선전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론 수상의 의미를 곰곰히 되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이번 평가는 전국 232개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중 평가에 응한 72개의 기초자치단체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160개 자치단체중 더 훌륭한 도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이번 수상의 의미는 경주시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잠재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뿐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노력을 가장 많이 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시평가는 그 도시가 현재 얼마나 잘되어 있는가 보다 그 동안 얼마나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였는가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경주시는 점수비중이 가장 큰 친환경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종합점수가 높았지만 경주는 유서깊은 고도로서 보존되어 왔으며 자연환경 여건이 여타 도시에 비해 좋기 때문에 좋은 점수는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경주는 경주만의 도시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로서 보전되어야 하는 점에서 볼 때 최근의 무분별한 아파트의 난립으로 고도의 스카이라인과 신라왕경지구를 크게 손상시켰으며 최근 10여년간의 무계획적인 경주외곽시가지 조성은 역사도시의 경관과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문화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지만 역사문화도시로서 기본적으로 여건이 좋기 때문이지 괄목할만한 개선노력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 힘든다.
문화도시로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현대적 시설을 갖춘 문화예술회관이 없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소규모 공연극장이나 전시공간을 확충한 것도 아니며 지역의 유일한 문화축제인 신라문화제도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형태로 개최될 뿐이며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는 것이 지역문화예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주시가 전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로 공인받았다고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더많다.
오히려 미흡한 여건속에서도 도시관리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탄광촌 태백시와 녹색교통 부문, 도시관리부문 및 주민참여부문에서 각각 전국 1위, 3위, 4위를 차지한 영덕군과 친환경부문에서 전국 2위와 녹색교통부문에서 3위를 차지한 김천시의 노력을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주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천혜의 역사문화 관광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은 매년 줄고 있고 낙후된 도로여건과 도로표지로 교통사고는 전국 상위권을 차지하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경제는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인구는 줄고 있어 전국에서 제일 살기좋은 도시라는 주장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경주시는 이번 수상을 정치적 홍보의 기회로 삼기보다 분발의 채찍으로 알고 무한한 발전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살기좋은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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