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사건 이어 이번엔 '이등병 구타 사망'
타살의혹에 '인권 사각지대' 상존 지적까지

장성진급 비리의혹에 이어 육군훈련소 인분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육군이 이번에는 '이등병 사망사건'으로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5일 선임병에게 구타를 당한 뒤 부대내 보일러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결국 숨진 강모 이병 사건이 설 명절 내내 언론에 보도되자 육군 관계자들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군내 자살사건과 달리 유족들이 발견된 유서가 강 이병의 필적과 차이가 있고 자살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타살의혹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측은 이 같은 타살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일단 강 이병에 대한 부검결과 '질식사에 의한 사망'이라는 잠정결론이 난 점 등을 들어 '타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타살의혹이 부검과 유서필적 감정 등으로 명확히 해명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군내에 '인권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임병 김모 상병이 전입 2주차인 강 이병을 '동작이 느리다'는 등의 이유로 군화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등병 사망사건'은 육군이 이달 3일 훈련병 인분사건에 대한 인권교육 등 종합대책을 발표한지 이틀만에 터진 사건이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육군은 신병훈련소에 인권전문상담실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예하부대에도 인권전문가가 배치된 인권전문 상담실을 두고 간부는 월 1회, 병사는 주1회씩 인권보장 교육을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육군은 또 병사들이 인간적인 수치심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하의 체력수준을 고려해 얼차려 방법과 횟수를 정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윤광웅 국방장관과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리겠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마당이었다.

군 관계자는 "일선 지휘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내 전근대적인 문화가 하루아침에 근절되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