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비전 검증과정 필요

2002년에 들어 한국정치는 희망이 보인다. 희망의 근원은 민주적 공개경쟁이 한국정치무대에 도입되는데 있다.
민주당이 전국을 돌며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인 경쟁을 통해 선출하는 것은 한국정치사에 있어 의미있는 변화이자 한국정치개혁의 시발점일 될 수 있다. 또한 지방선거에 나설 당의 후보자도 당총재나 지구당위원장이 추천하는 구습에서 벗어나 경선을 거쳐서 결정되도록 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한나라당도 지난 21일 당무회의를 열어 올 6월 지방선거에 나설 당 후보들을 자유경선을 통해 선출하기로 확정했다고 한다고 한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올바른 선택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되어야 할 점은 한나라당의 결정이 무늬만 자유경선이고 실질적으로는 과거와 다름없는 공천권자에 의한 하향식 지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경선을 원칙으로 하지만 시도지부나 지구당 사정에 따라 재량권을 부여하여 경선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 단서조항을 당헌·당규개정안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예외적 조항을 근거로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를 지구당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지구당위원장이 공천기득권을 여전히 행사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구당 위원장 1인에 의한 후보자 선택은 당원과 국민에 의한 만인의 선택보다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며 비민주적 안방정치의 잔재로서 청산되어야 한다. 이제 공천의 원래 의미를 살려 공개적으로 후보를 아래로부터 위로 천거하도록 공천권을 당원이나 국민에게로 돌려줘야 한다.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 후보선출도 후보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이유로 합의추대 형식으로 시도지부와 중앙당에서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경선을 회피하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을 역행할 뿐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마당에 후보가 많이 나서는 것이 결코 후보난립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여 더 훌륭한 후보를 선출하는 계기가 된다. 경선의 부작용은 없을 수 없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을 수는 없다. 경선 승복과 화합의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는 성숙해 나가며 민주적 정당이라면 경선은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다.
지역정서상 한나라당 공천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는 대구·경북권의 현 상황에서 당내 자유경선 과정은 더욱 필요하다. 본선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소한 당내에서라도 경선과정을 거쳐 능력과 비전을 가진 인물이 후보로 뽑혀야 한다. 당 공천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후보자는 공천권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소신있게 지역발전을 이끌 수 없다.
몇몇 실력자가 밀실에 모여 지방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비민주적 정당에 국민은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예외조항을 적용하기 보다 공개적인 경선과정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갈 것을 일반 국민은 바라고 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서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까지 과연 정당공천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지역경영자로서 CEO같은 역할을 해야할 자치단체장이 특정정당에 소속되어 유·불리의 영향을 받아서는 바람직한 지방행정을 펼칠 수 없으며 공천과정에서 발생될 수도 있는 비리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차제에 기존 공천제도의 근본적인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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