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국가발전 저해

진념 부총리가 한 포럼에서 현행 교육 제도를 통렬히 비판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발언인즉슨 고교 평준화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현행 교육정책이 일제강점기의 교육정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많은 논란이 뒤따르고 있지만 그 말을 나무랄 수만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개발원에서는 고교 평준화에 따른 학력 저하가 우려의 수준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또 테크노 포럼 21에서 논의된 것도 다름 아니다.
청소년들의 머리를 쓰는 이공계 진학 기피는 산업현장의 과학기술인력의 부족 상태를 가져왔으며, 이는 세계적인 기술전쟁 시대를 맞아 국가 발전의 중대한 위험 요소라고 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우리 초중고교생의 학력 실태를 보면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30%의 학생이 5개 주요 과목 학력에서 보통 이하인 기초 학력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기초학력 이하도 4.9%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고학년이 될수록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학 사회과목에서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10%를 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학습 부진 누적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지역간, 계층간의 학력 차도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과거에 비하여 학력이 낮아질 이유가 없다. 교육여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학교의 각종 시설, 교구 및 기자재는 선진국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을 위하여 쏟는 정성이나 투자는 오히려 넘칠 지경이다. 학습 시간 양을 비교해 보아도 아마 과거의 배가 넘을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교와 학원으로 종종걸음치고 있다. 교사들의 질적 수준도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교사들이 상당수이다.
그런데 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점점 뒤로 가는 것일까? 부총리의 말속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는 없을까.
수도 없이 바뀌는 교육제도는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왔다. 완전학습, 프로그램 학습, 교실 개혁, 열린 교육 등, 그 의미를 알기도 전에 사라지는 이런 제도는 마치 여름이면 닥치는 태풍처럼 학교 현장을 들쑤셔놓고 지나가곤 했다.
미래 시대가 정보화 시대라고 해서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을 보면 마치 컴퓨터와 영어에 교육이 지배당하는 느낌이다. 교사들은 영어와 컴퓨터 연수를 받느라 학생들은 이에 관한 자격증을 따느라 줄을 서고 있다.
미래사회를 위하여 공부하는 방법의 교육을 부르짖으면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주어진 코스만을 따라가도록 강요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시책 중심의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교육적 효과가 불분명한 각종 시범 연구학교 운영도 문제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급식 시범학교 하나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학생들의 희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공부를 안 해도 대학엔 갈 수 있다는 그릇된 사회 풍조와 특기·적성교육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정책도 학력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 교육은 늘 이처럼 주객의 혼란 속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학력 저하는 곧 국가 발전의 중대한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교육정책과 제도가 일제강점기보다 못하다는 부총리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