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과의 전쟁’포항시 기계면 지가리 주민

산불 방화범과의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는 포항시 기계면 지가리와 면소재지가 있는 현내리는 설 분위기가 사라지고 없다.
주민들은 오히려 설 연휴기간 중 또다시 산불이 발생할 까봐 바짝 긴장해 있다. 범인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산불을 낼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설 연휴기간 동안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위가 닥칠 것이라는 기상대 예보가 주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일어난 19번의 산불은 통계상 강풍과 추위가 닥치는 때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면사무소와 파출소 직원들은 거의 탈진 상태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 생활 30여년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마을 주민들은 이장의 스피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올 때마다 “산불이구나”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경찰과 공무원들의 산불 감시가 느슨해지는 틈을 노려 방화범이 20번째 산불을 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불발생 시간도 지능적이다. 밤 9시, 새벽 1시, 새벽 3시 등 감시망을 피해 가고 있다. 앞산에 불을 낸뒤 주민들이 진화를 하러 몰려간 사이 뒷산에 불을 지르는 형국이다.
포항북부경찰서 전담반은 설 연휴 동안에도 계속해서 24시간 잠복근무를 강행해 두번 다시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경찰은 낮 동안에는 현지에 파견된 15명의 형사가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밤이 오면 산불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미리 정한 뒤 형사 8명과 기동대에서 지원 받은 8명의 전경이 잠복근무를 하고 있다. 면사무소 직원들도 설 명절은 아예 반납했다.
현지 주민들은 물론 포항시민들도 언제 20번째 산불이 일어날 것인지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범인은 19번째 산불을 낸 뒤 그냥 물러가지 않고 반드시 20번째 산불을 낼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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