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치는 짓 해선 안돼

술을 좋아하는 양나라 왕이 술을 끊은 이야기다.
양나라의 왕이 누각에 올라 제후들에게 술자리를 배풀었다. 술기운이 오르자 왕은 노나라 임금에게 술을 한잔 권했다. 노나라 임금은 황송한듯이 자리를 물리며 말했다.
“옛날 우나라 임금의 딸이 의적이란 사람에게 술을 빚게 했는데 그 술맛이 아주 훌륭해서 아버지인 우임금에게 바쳤습니다. 그런데 이를 맛본 우 임금이 의적을 멀리하며 다시는 그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훗날 이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일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환공때 역아란 사람이 음식을 만들어 임금에게 드렸습니다. 이 음식은 맛이 훌륭했고 임금은 잘 먹었습니다. 그러나 임금이 말했습니다. 훗날 이 맛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일이 있을 것 이라고 하면서 그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진문공이 남위라고 하는 절세의 미녀를 얻었습니다. 그는 이 미녀에게 미혹되어 삼일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 미인을 물리쳐 버리고 말했습니다. 훗날 여색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께서 마시는 술은 의적의 미주요 상위에 있는 음식은 역아의 맛이 나며 양쪽에 있는 여인들은 남위의 미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중에 한 가지만 있어도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대왕께서는 세가지나 한꺼번에 즐기고 계시니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노나라 임금의 이같은 따가운 충고를 들은 양나라 왕은 몸둘 바를 몰라했다.
사람들은 공짜나 돈 달콤한 말한마디가 부정과 불륜의 출발이라는 사실을 짐작 하면서도 버릴줄 모른 채 답습하다가 쇠고랑을 차거나 파탄지경이 되고 만다. 지금의 우리 주변에도 이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나를 망치는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것이라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물론 미리 버릴줄 알아야한다. 사단이 나고 버리는것은 늦어도 한참 늦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나를 망치는것이 무엇인가를 알면 곧바로 버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권세가 나를 영욕에 눈멀게 하면 권세 버 리기, 허세가 나를 욕되게 하면 허세버리기, 화려한 의복이 나를 사치하게 만들면 의복도 버려야 한다. 또 언어가 나를 의심받게 하면 말 버리기도 필요하다.
돈이 자식을 버리면 돈도 버려야 한다. 이같은 버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나를 망치는것이라면 버리지 않을수 없는데도 우리사회 지도층들의 경우는 버리지 못하는 우직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돈에 눈이 멀어 부도덕한 기업인 뒤를 봐주고 뇌물을 챙긴 권력층들이 줄줄이 벼슬자리에서 밀려났다.
물론 철창신세까지 지게되는 비참한 처지로 변하기도 했다. 한 두 사람이 아니다.법조 금융 행정을 비롯 언론인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즐비하다.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세상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개를 떨군 채 머슥하게 서있는 처량한 모습을 무수하게 보았다. 이들 모두가 버릴줄 모르고 챙기는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비단 최근 이같은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아니더라도 출세때문에 윗자리에 돈이나 갖다 바치고 달콤한 말솜씨로 아부근성만 키워온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는 버릴줄 모르는것 때문에 이같은 사단이 줄을잇고 있다. 윗선에 아부하고 뇌물이나 갖다바치는 사람들이야 말로 본전 생각 때문에 스스로는 주는대로 받아 먹고 허구한 날 공짜나 바라면서 충혈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는지 모른다. 이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부정과 부패는 뿌리 뽑히지 않는다. 허세나 부리며 고급스런 의복에다 번지레한 말잔치로 더 큰 성공(?)을 꿈꾸며 살아온 인생들은 돈 & 출세=행복이라는 사고에만 매달려 아둥바둥하고 있다.
아직도 달콤한 술맛에 취해있거나 훌륭한 음식맛을 즐기면서 버릴줄 모르고 챙기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돈맛에 찌들어 충혈된 눈으로 챙기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걱정스럽다.
돈&출세가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안다.
설날에 막걸리 한잔이 고급양주보다 맛나고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요정의 미식보다 정성이 가득한 전통음식이 더욱 맛있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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