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그대가 문명과 도시의 젖줄이란 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명과 도시가 그대를 병들게 하고 파괴하며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대를 가리켜 ‘자식들이 어머니를 짓밟고 있는 패륜의 현장’이라고 손가락질해도 도무지 대들 낯이 없겠습니다.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나는 무슨 염치가 있어 감히 그대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다만, 이것만은 털어놓겠습니다.
이끼 낀 나의 눈빛을 늘 그대가 정갈히 씻어주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젠가 나의 귀에도 흐르는 강물로부터 모든 창조물의 소리들이 들려올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비밀의 소망을 실은 종이배를 새알처럼 가슴에 품고 다시 노을이 물드는 강가로 걸어 나오게 되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작가 이대환씨의 글‘강에 띄우는 편지’끝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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