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는 망국의 癌세포

수년전 이탈리아를 강타했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운동’은 반부패전쟁의 상징이요 압권으로 꼽힌다.
그 주역이 밀라노의‘검사 3총사’로 관급공사를 둘러싼 정치인과 업자들간의 정경유착과 검은 거래, 온갖 비리와 뇌물수수 등 뿌리깊게 얽힌 부패고리를 도려내었으며 연루자 천여명을 체포하고 혐의자 7명이 자살했다.
여론과 매스컴도 힘을 실어주어 전직 총리와 각료 4명도 구속할 만큼 사정의 칼날은 성역이 없었으며 오랜 부패관행을 타파하여 공직자들이 ‘깨끗한 손’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더러운 손이 활개치는 정치판은 우리와 닮았지만 용기있는 검사와 매스컴이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록히드, 리쿠르트, 가네마루 사건 등 대형사건들의 몸통을 찾아낸 일본 검찰의 뚝심도 가히 독보적이다.
다나까 전총리를 체포하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검찰총장의 소신이 곧 부패사슬을 끊어낸 쾌도난마였다. 몸통은 달아나고 꼬리라도 보이면 수사가 흐지부지해지는 우리 검찰과는 생각도 배포도 다르다.
중국에서는 양자강 둑을 부실 시공한 뇌물수수 공직자를 공개처형했고 싱가폴도 일벌백계로 부정을 다스리며 부패방지법에는 공직자가 뇌물수수 의사표시만 해도 처벌한다.
브라질의 부정부패소탕은 구호로 끝났다. 라니오 콰드르 대통령은 집무실과 모든 행정기관에 빗자루 포스타를 걸고 부패를 일소하려 했지만 자신도 부정에 휘말려 8개월만에 쓰레기(?) 신세가 되었다.
한때 남부럽지 않던 부자나라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moratorium)를 선언한 채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도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다. 경제를 초토화시켰고 나라를 망치게 한 ‘암세포’였던 것이다.
남의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결코‘남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빗자루를 내걸지만 더러운 손 일색이고 급기야 IMF로 국가부도에 직면했다. 우리는 장롱 속의 금붙이를 들고 나와 나라를 구한 국민들의 애국심을 기억한다.
고위층의 처조카가 바다 속의‘보물’을 찾기 위해 개인신분으로 서슬 푸른 1급 국가기관들을 주물렀다는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에 또 한번 어이가 없어진다. 어디서나 성난 민심을 만나고 정치가 모든 것을 망친다는 탄식이다.
자물쇠가 채워진 수많은 게이트들 속에 숨은 몸통을 찾는 숨바꼭질이 이어지지만 우리에겐 미라노의 3총사도 뚝심 있는 검사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의 부패가 총체적이라는 사실이다. 줄기를 뽑다가는 고구마처럼 모든 것이 뽑힐 판국이다.
지난달 25일 부패방지법이 발효되었지만 법보다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깨끗하다는 우리 속담이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다.
그나마 이모씨를 구속하고 전직 검찰총장을 곧 소환하는 등 활동을 연장한‘특검’에 이목이 모이고 있다.
모름지기 부패란 생명의 적이다. 생선이 부패하면 썩은 냄새와 벌레가 나오고 인간이 부패하면 향수냄새와 오만이 불거진다.
모두가 주검의 징조들이다. 권력과 돈은 인간을 썩게 하는 무서운 세균이 될 수 있다.
목민심서에 “뇌물이나 챙기고 부당한 재물을 탐하는 관리는 바로 국민들의 피를 빠는 화적때”라고 호통을 친 다산선생의 노한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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