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요구하는 시대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아줌마일지라도, 어머니와 아줌마는 다르다.
같은 여성이 집에서는 어머니로, 밖에 나가면 아줌마라 불리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아줌마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해는 아줌마가 asumma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은 어머니보다는 아줌마가 강세를 누리는 모양이다.
어쩌면 여성 속의 아줌마를 내세우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시대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IMF, 남녀평등의 물결과 여성의 사회 진출은 여성을 어머니보다는 아줌마로 나서도록 요구하는 시대인가 보다.
그러나 모든 성공의 열매에는 보이지 않는 밑거름이 있다. 이는 개인의 성공에도 역사의 성공에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서양언어에서 어머니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의 어머니, 마테르(mater)이다.
그런데 이 마테르에서 세상사 모든 일의 재료, 원료, 밑거름을 뜻하는 마테리아(materia)라는 단어가 나왔다. 즉 밑거름이나 재료는 현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늘 그 무엇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결국 밑거름이라는 마테리아가 어머니 마테르에서 나왔다는 것은, 어머니라는 의미가 밑거름의 거름일 만큼 모든 가능성이 자리한 곳이라는 뜻이리라.
하나의 국가는 근본적으로 가족을 밑거름으로 삼고, 가족은 개인을 밑거름으로 삼으며, 다시 가족 속의 개인은 어머니를 밑거름으로 삼는다.
아내의 내조 없이는 남편의 외출도 공허할 뿐이요, 어머니의 배려와 축복 없이는 자식의 성공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성공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어머니는 밑거름의 거름이다. 결국 국제 경쟁시대에 국가가 성공하려면, 어머니가 밑거름의 거름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거름은 스스로 썩지 않으면 거름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여 수많은 국가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아줌마들이 바쁜 혼탁 상이 염려된다. 경제적으로는 아직도 IMF와 국제적 경제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므로, 가정의 아버지들은 아직도 자신이 없다.
정규 교육은 여전히 혼선을 거듭하는 가운데 사교육을 양산시키고, 이를 극복하려는 어머니들은 더욱 아줌마로 나서고 있다.
안보는 언제나 불안하고, 통일은 아직도 우리 손에 달린 것 같지 않다.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우선 정치가들의 몫이다. 허나 그들도 한 가정에서 국가로 파견된 사람들일 뿐, 문제를 푸는 밑거름은 어머니들에게 달려있다.
깨끗한 아이로 키워 정계에 진출시킨다면, 정치는 절로 맑아질 것이다. 어머니들이 가계를 안정시킨다면, 아버지들은 더욱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책 읽는 어머니 옆에서 자라는 아이는 결코 사설 학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비는 아들은 기꺼이 군에 입대할 것이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군인은 결코 패하지 않을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새해를 맞이하여, 이 땅의 여성들에게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여성 속의 어머니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누가 따질지도 모른다.
결국 어머니만 죽어나란 말이냐? 그렇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어머니로서의 성공은 결국 인간으로서의 성공이요, 여성 속의 어머니가 성공하는 길이 가장 근본적이요 거국적 성공이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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