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리더’ 각축전 치열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당은 대통령 후보 선출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고 열기도 드높다. 모처럼 새로운 발상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관심 또한 어느 때 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이미 민주당은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방침이 확정되면서 예비주자들에 의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언론은 다투어 후보자 검증을 위한 방송토론을 시작했고 후보자는 각 지역을 방문하여 대의원 확보를 위한 얼굴 알리기가 시작되었다. 3김이라는 카리스마가 무대 뒤로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포스트 리더가 되기 위한 각축이 치열해 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는 사정이 다른 한나라당은 이러한 경선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통령후보가 거의 확정되어 있는 당내 분위기에서 경선제 도입이 자칫 분란만 일으켜 대권가도에 부작용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국민경선제라는 커다란 파고를 피할 도리는 없을 성 싶다.
양당이 대통령 후보선출에 있어서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참여를 시도하는 정치적인 모험이 어쩌면 정치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권이 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경선제가 과연 우리 현실에서 얼마만큼의 모범해답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 하는 데 있다.
미국처럼 자유주의가 몸에 밴 시민의식 속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이 국민의 열기를 모으고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정치에 있어서 철저하게 지역주의가 팽배한 나라에서 온전한 국민경선제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한번쯤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대통령예비선거(Primary Election)라는 개방형 국민참여제도처럼 국민 자발적으로 지지정당과 후보에 정치헌금을 하고 당일 대의원이 되어서 투표한다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국민참여라는 빌미하에 특정 지역출신 인사나 연고성 인사를 대거 동원하여 무늬만 국민참여 대의원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도를 가름하는 표본추출에 심각한 오차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지도자들의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겠지만 현 단계에선 요원한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거 경선때 마다 공정성 시비가 있어 왔던 점을 감안, 대의원 확정, 경선운동, 투개표 등 일련의 경선절차를 관리할 공정한 관리기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전제되어야겠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선관리를 맡던가 아니면 최소한 감독기관으로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선관위의 조직이 시·구·군 단위로 있는 점을 감안하여 대통령,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후보선출까지를 선관위가 관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경선자금의 감시·감독을 위해서도 선관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벌써 경선을 위한 자금 얼마를 준비했다는 식의 소문이 횡행하는 상황이라 대통령,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자금을 천문학적으로 쏟아 부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험으로 비춰볼 때 당내 경선이 제도적으로 감시받고 있는 공식 선거 못지 않게 많은 음성적인 선거자금이 투입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성 싶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경선자금 투명화 노력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감시·감독할 선관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어느 경선을 막론하고 지구당위원장의 공정한 선거관리 의지가 필요하다.
과거 몇몇 지역에서의 시비처럼 지자체 후보를 돈으로 사고파는 이른바 ‘매관매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그 탓에 지구당 위원장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제는 이런 천박한 정치지도자가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이게 해서도 안되지만, 무엇보다 지구당 위원장의 자정노력과 공정한 게임을 주도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하겠다.
결국 국민경선제가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치발전을 위한 진일보한 조치라는 데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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