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회갈색 아스팔트 위에 종이박스를 깔고 있는 모습은 결코 따뜻해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걷노라면 무심히 밟히는 낙엽처럼 바스락 소리를 내고는 산산히 부서질 것 같은 처연함 뿐이다. 그런데 그 옆을 지나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 한 사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나 역시 똑같은 입장이었다. 어떻게 그를 일으켜 세울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봄날 눈만 돌리면 모든 생명들이 어깨를 펴 새로운 삶을 준비하며 잎을 피우고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어찌하여 가장 존귀하다는 인간의 생명을 타고난 그가 싸늘하게 엎어져 있는 돌조각처럼 굳어진 모습일까. 차마 그냥 지나치기가 두려워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며 어깨를 흔들고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여전히 물먹인 천 조각처럼 흐늘거릴 뿐이다.
할 수 없이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손에 쥐어 주었다. 다행히 죽은 것 같으면서도 그것만은 용케 움켜쥐는 것이었다. 그나마 잘됐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섰지만 그래도 무언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비록 누워 있지는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벤치에 줄줄이 앉아있는 사람들도 똑 같은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도대체 누가 저들을 거리로 내몰았을까 아무리 잘난 지도자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저들을 거두지 못하는 한 잘난 지도자도, 행복한 나라도 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