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쌀 농담’에 농심 멍들어

최근 인터넷 정보바다에 떠다니는 근거없는 쌀 관련 농담에 울화가 치밀어 열변을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쌀밥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란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쌀 농담에는, 치매·암·성인병 등이 존재하지 않았던 원시시대에는 쌀밥이 존재하지 않았고 신생아는 쌀밥을 먹고 질식할 수 있으며 국내 비만 여성의 90% 이상이 쌀밥을 먹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번 웃어보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가뜩이나 남는 쌀 문제로 농민들은 고민이 많은데 이런 농담까지 퍼져 쌀 소비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이 된다. 더구나 인터넷 주 이용자가 젊은 층임을 감안할 때 우리 국민의 소중한 주식인 쌀에 대한 신세대들의 정서가 이 정도라니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으로서 쌀밥을 ‘백옥밥’이라 칭하는 등 그 값어치를 높이 평가해 왔다.
옛부터 벼재배 정책은 바로 정치여서 삼국시대에는 벽골제 등 많은 저수지를 만들었고 고려시대에는 계곡까지 논으로 개간하여 벼를 재배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많은 농서의 보급과 재배기술을 연구하였다.
그러나 자연재해 앞에서의 인간의 힘은 미약하기만 해 우리 조상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쌀은 귀해 평소에는 잡곡밥을 지어먹었고 생일날이나 잔칫날이 되어야 겨우 쌀밥을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고려시대에는 “덜커덩 방아나 찧어 게궂은 잡곡밥이라도 부모가 잡수시고 남으면 내가 먹겠다”고 한 ‘상저가’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쌀밥은 일반 서민의 주식이 되지는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 생일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옥밥’이었고, 하늘에 뜬 구름에 비유한 흰밥을‘운자백’이라 하여 숭앙했으며 “쌀을 밟으면 발이 삐뚤어진다”,“쌀을 날리면 남편이 바람난다”등 쌀에 대한 존경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쌀밥은 우리 민족과 사회 가치체계의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한민족 문화 형성과 발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쌀이 좀 남아 돈다고 쌀을 경시하는 농담을 하는 것은 벼를 주요작물로 하는 우리 농업을 더욱 어려운 궁지로 몰아 넣는 행위이다.
벼농사는 현재도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식량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은 10% 이하에 불과한 실정이며, 모든 농산물의 수입 개방이 이루어진 현재 상황에서 쌀은 우리 국민의 식탁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을거리의 주요대상인 쌀을 경시하는 상태에서는 정치적인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유사시에 식량을 통제하는 식량무기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고 그 나라 국민의 주식을 자급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버트 캐플란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군사적 침략이 아니라 식량부족이라고 하였고, 지구 자연자원의 한계, 누적된 환경 질 저하로 인한 경작지 생산성의 저하 등으로 세계 식량 증산 능력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이 좀 여유가 있다고는 하나 미래의 쌀 생산량 증가가 어렵고 식량을 무기화하는 세계 각국의 정책변화 추세를 미루어 볼 때 주식인 쌀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 쌀과 관련된 농담은 국민의 주식인 쌀밥을 경시하는 풍조일 뿐만 아니라 쌀 소비 감소로 이어져 우리 쌀 산업 자체를 붕괴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로서 쌀과 관련된 농담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국민적이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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