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불소 축적땐 부작용초래

올해 들어 ‘불소화사업 반대 운동의 수고’에 대한 인사를 부쩍 많이 듣는다.
그 운동이 시작 된 지 벌써 3년째. 드디어 불소치약의 광고가 심어놓은 미몽에서 벗어나 불소의 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부끄럽다. 사실 내가 그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 것은 좀 더 오래 살고자 하는 이기적인 욕심에서였기 때문이다.
이웃을 위하여 일하는 것으로 알고 칭찬하니 쑥스러운 것이다.
불소가 과잉섭취되어도 몸에서 쉽게 배출되기만 하면 무슨 걱정인가.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축적 되면 신장장애, 갑상선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동물 실험결과 뼈나 간에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는 예사로 넘길 수 없었다. 나는 본래 신장이 약하다. 그런데 불소가 든 수돗물을 오래 먹으면 신장이 더 나빠지게되고, 내 타고난 수명보다 몇 년 더 일찍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시당국에서는 적정량 (0.8ppm)을 타서 먹으면 아무 걱정 없다고 선전하지만, 그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 하여도 불소는 휘발성이 없어 끓이면 농축되기 때문에 ‘적정량 이상’이 돼버리니 문제다.
물론 집에서는 정수기가 있어 그 물로 밥을 해먹지만, 불소는 보통 정수기로는 걸러지지 않는다 하고, 설령 걸러지는 특수 정수기를 산다한들 점심과 저녁은 외식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하루 두 끼는 ‘불소 밥’을 먹어야 하는 셈이 아닌가.
따라서 적정량 이상의 독성이 든 수돗물을 어쩔 수 없이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시당국도 불소화사업을 시작할 때는 충치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선의에서였으리라. 따라서 속속 밝혀지는 부작용들을 알기만 하면 사업을 중단할 것으로 믿고 가벼운 마음에서 반대운동을 시작하였는데, 막상 하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시예산으로 만드는 ‘갈매기’등에 불소를 마치 필수 영양소인양 말하는 등 해괴한 기사로 사람들을 오도하려는 보건소장이 있었고, 충분히 검토해보겠노라던 시장의 약속은 수일 후 반대운동단체들에 대한 설득작업으로 되돌아 왔고, 또 그 사업에 대한 있지도 않은 ‘중앙정부의 행정평가’를 핑계로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하였다.
시민들의 안녕과 직결되는 일에 의회가 나서기만 하면 해결될 것 같아 찾아가고, 자료를 보내고, 신문을 통하여 투정도 부리고 하여 겨우 얻은 의회 주관 간담회는 의장이 약속한지 반년 그리고 또 2개월만에 ‘열지 않은 것만 못하게’ 마쳐졌고, 상수도수질평가위원장(ㅍ대학 박교수)은 “이즈음 수돗물을 먹는 사람 몇 명이나 됩니까?” 하는 소리로 우리의 억장을 무너지게 했다.
나는 충치를 앓는 일이 있더라도 불소 든 수돗물을 먹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 필요하면 불소치약으로 양치하거나, 병원에서 불소용액을 사겠다.
시장이나 담당자는 불소가 든 수돗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시민의 권리를 구실로 삼지만, 불소수돗물 마시고 싶지 않은 시민의 권리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병 걱정 없이 오래 살고자 하는 생존권보다 더 고귀한 권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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