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캐기’ 신종 관광 유행

이른 봄 따스해진 날 점심 밥상에 오른 쑥국이며 냉이국은 진정 봄이 왔다는 것을 몸 속에 알리는 봄의 사신이다. 그리고 갓 뜯어온 갖가지 산나물들은 겨우내 움츠려진 몸과 마음을 쑥쑥 펴 오르게 하는 주술적인 음식이다. 그렇다. 이렇게 좋은 산나물을 새 봄마다 넉넉히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의 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복을 죄로 바꾸어 놓는 이상한 풍습들이 요즘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게다. ‘산나물 캐기’라는 신종 관광상품이다.
산골 오지를 갈라 지르는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간간히 길 한켠에 비켜 세워둔 관광버스를 볼 수 있다. 손에 손에 보따리며 자루를 들고 배낭을 멘 중·노인층 여인네들이 쏟아져 내리자 말자 허겁지겁 계곡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는 탄성을 지르며 기걸들린듯 산나물을 뜯는다. 먹을 수 없다고 주의를 받은 식물 이 외에는 닥치는 대로다. 먹기 위해서 뜯어 가는 시골 아낙네와는 딴판이다. 가족을 햇 산나물로 즐겁게 하려던 순수한 욕망은 사라져버리고 얼마나 많이 뜯는가 하는 것이 그네들의 관건이다. 30~40 여명씩 몰려다니며 순식간에 산자락 하나를 덮쳐서 싹쓸이를 한다. 산 짐승들도 결코 풀을 뜯을 땐 한 지역을 거들 내는 짓은 본능적으로 삼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흑탐하여 뜯어 모은 산나물들은 며칠 후면 대부분은 쓰레기장에서 발견되기 일쑤다. 옆집에서 어제 어딜 가서 이렇게 많이 뜯었다 자랑하며 나눠준 것인데 거절은 못하고 받아 두었건만 그 실력을 믿을 수 없고 행여 독풀이라도 섞였을까 싶어 마침내 쓰레기장으로 내다버리는 것이다.
먹지도 않을 것을 욕구충족을 위해 이제 막 생명을 시작하는 여린 새싹을 싹둑 삭뚝 잘라서 보따리 가득 꾸려 넣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이런 행위를 신께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실까?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먹고 먹히며 그리고 태어나고 죽고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으스대는 인간도 온갖 것을 잡아먹고 살다가 마침내에는 바이러스나 구더기의 밥이 되고 아니면 기름진 흙이 되어 식물의 뿌리로 녹아들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존재하기 위해서 살생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경우는 죄악이 되질 않는다. 먹지도 않으면서 살생하는 것만이 죄악으로 굳혀지는 것이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을 곧잘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인간끼리의 법칙으로만 알고 있다. 그게 아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더불어 온전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배달 민족은 弘益人間(홍익인간)을 이념으로 삼아 이어 내렸었다.
곧 이 세상 만물에 두루두루 이로운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철학이 이 민족을 그 숱한 외침의 수난기를 건너 올 수 있게 하는 축복의 씨가 되었던 것이다.
봄 산행을 나가는 장정네들의 짚신은 그 올이 성깃성깃 하였었다 한다. 어린 새싹 하나라도 덜 다치게 하려는 배려였다. 이재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미물들이 어슬렁대기라도 하다가 촘촘한 짚신에 밟혀 압사 당할까봐서 그렇게 불편하기만 한 올 성긴 짚신으로 산행을 하게 했던 것이다.
작은 생물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작은 원한이 된다. 그러나 작은 것도 티끌모아태산이 되어 거대한 복수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창조주의 이 세상 보존 법칙인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라. 살생을 삼가하라. 이러한 말들은 곧 인간 자신을 사랑하는 차원 높은 방법이요 신의 편이 되는 계율 1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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