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씨의 기막힌 변명

사람의 일생에 고통은 있지만 그 양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좀 어려울 때도 있고 또 좀 나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고통을 많이 겪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아마 모르기는 해도 청소년 시기가 아닌가 싶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는 정말 해결해야 할 일들도 태산 같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입시 공부해서 대학가는 일, 군대 가는 일, 취직하는 일, 결혼하는 일 등등 대충 따져도 이 정도다.
이 일들이 다 중요하고 어려워서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 20대 초반의 우리 젊은이들 마음에 가장 부담을 주는 것은 역시 군대 문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에 오르는 기사거리 중에 제일은 대학입시이고, 그 다음으로 군대 문제다.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는 것이 병역 비리이고,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모병 제도이다.
얼마 전에 댄스 가수 유승준씨가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한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법무부의 ‘입국거부’ 조치로 그의 조국인 미국으로 돌아간 일이 있었다. 그 때 유승준씨의 주장 중에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어 그가 옳아 보이는 점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또 같은 입으로 “군대에 가면 서른 가까운 나이에 제대하게 돼 댄스가수로서 활동이 어려울 것 같아 시민권을 얻기로 했다”고도 했다.
참 기가 차는 말이다. 그것도 공인(?)이란 사람이 이런 논리로 이야기한다. 우리 나라 남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욕이 가장 왕성할 때 군대를 간다. 사실 그 시기에 군대 가서 보초 안 서고 공부해대면 우리 나라가 과학대국으로 가는 데 큰 보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뿐만 아니다. 모든 분야에 다 그렇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도 더 시급한 것이 보초를 서는 것으로 공감하기에 뻔히 보이는 이익을 눈앞에 두고도 군대를 가는 것이다.
유승준씨의 말처럼 어느 과학도가 ‘군대에 가면 서른 가까운 나이에 제대하게 돼 과학자로서 활동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시민권을 얻기로 했다’고 했다면 누가 그 말에 공감하겠는가. 그 과학도는 속으로 ‘내가 군대 안 갔으면 벌써 노벨상도 받았겠다’고 빈정대지 않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군대에 가서 3년간 썩다가 나온다’는 말을 한다. 과연 그런가. 주지하는 바대로 20세기 미국의 문호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 의용병으로 적십자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이 되어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한다. 종군 중 다리에 중상을 입고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하였다가 휴전이 되어 귀국하지만 말이다. 그 종군에서 경험한 것들이 작품이 되어 오늘 우리들을 감동시키고 있지 않는가.
가수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로큰롤의 황제로 지금도 전 세계에 수 없이 많은 팬이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8년 3월 25일에 머리를 깎고 입대를 하게 된다. 그가 군 생활을 할 동안에 그의 인기는 너무 올라가 미국 내에선 군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수많은 팬들이 엘비스의 전역을 탄원할 정도였다. 또 그는 군인으로서 특권을 누릴 수도 있었으나 자신은 일반 사병처럼 대우받길 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2년여의 군 복무 기간을 마치고 제대한다. 군 복무의 공백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사회 구성원은 몇몇 의무를 충실히 한 사람의 미담을 들려준다고 그들도 다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미담의 주인공은 항상 극소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기왕에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려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우리 나라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가장 고민하는 군 복무. 바로 가장 고민하는 그 군 복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빠지는 자야말로 기회주의의 첨병이다. 이런 자들은 법을 넘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게 해야 한다. 더욱이 이런 자들이 사회지도자를 넘보는 것은 더욱 막아야 한다. 올해도 여러 선거가 많은 해인데 우리의 지도자들이 과연 지도자가 될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는지 한번 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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