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고문 인터뷰

- 출마의 변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우리나라는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등 과거에 이룩한 경제의 과실을 따먹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중국 등 후발 국가의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래에 우리를 먹여 살릴 새로운 경제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세계가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같은 추진력으로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키워가고자 합니다. 경제도 그렇고 남북문제도 시원시원하게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 이 고문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경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2위인 노고문이 영남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대구·경북의 성숙한 선거인단 여러분이 단순히 우리 지역사람 찍자 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바로 그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영남 독재정권이 생겼고 그에 저항해 야당인 우리 당 당원생활을 했던 분들, 그리고 이러한 생각에 찬동한 분들이 이번 경선의 선거인단인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대구·경북은 급진개혁을 뿌리치고 저의 중도개혁론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음모론에 대한 증거라도 있습니까.
▲제 입으로 음모론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언론이나 시중에 회자된 말일 뿐입니다.
또 설사 음모가 있었다 하더라도 증거가 쉽게 드러나겠습니까?.
만약 불순한 기도가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밝혀지겠지요.
정동영 고문이 고향인 전북에서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김중권 후보가 자신의 고향인 대구·경북 경선을 포기하며 사퇴한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음모론은 최근 노풍에 대한 전략적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노풍을 잠재울 수 있는 다른 대책은 없습니까.
▲음모론을 제기하면 당원들이 싫어할텐데 제가 왜 그런 전략을 쓰겠습니까.
제가 내세우고자 하는 것은 검증론 입니다. 노선도 검증하고 정책도 검증하고 사생활도 검증하자는 것입니다.
97년 이회창 후보는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가 보여준 사례입니다.
-신한국당 경선불복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될 우려가 많습니다. 특히 TK지역의 경우는 더욱 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 아들을 파렴치한 방법으로 군대에 안 보낸 사람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돼도 무방하다는 분들은 저를 꾸짖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분을 대통령 만드는 일에 참여하거나 협조할 수 없었습니다. 작은 특권을 누리면서 정작 책임이나 의무를 회피하는 작태는 반드시 청산돼야 합니다.
-당내 지지세력을 포함, 대중적 지지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그 사랑은 온갖 비바람에 다져진 사랑과 채찍입니다. 지금 어떤 후보가 일시적인 거품을 타고 앉아 있으나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충청도에서 이 고문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역주의 우려를 낳을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까.
▲제가 지역순회 경선을 앞두고 가장 걱정한 것이 당내 지역주의의 폭발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충청이나 경남에서 그게 보였습니다.
다행히 호남은 많은 자제를 했습니다. 광주·전북에서 노무현 후보가 저를 앞섰다고는 하지만 모두 합쳐야 150표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번에 대구·경북이 균형감각을 발휘해 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은 우리나라의 중심적 가치를 가지고 계신 곳인 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이 고문의 장·단점을 스스로 지적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 몫이지 정치인 자신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판단과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추진력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나의 능력이 늘 부족하다는 자기성찰을 앞세워 부단히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평가해 보십시오.
▲남의 당 총재를 평가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모두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이회창 총재가 야당을 4년 이끌어온 모습은 국민 여러분들이 자세히 알고 계시고 또한 냉정히 평가하리라고 봅니다.
- 박근혜 의원의 신당설과 복당에 대해 언급해 주십시오.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건 박근혜 의원이 선택할 문제라고 봅니다.
아무쪼록 자기자신과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움직여 주기 바랄 뿐입니다.
-노무현 고문의 정계개편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그것은 이 시점에서 잘못된 주장입니다. 한창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일개 후보 신분으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뜩이나 우리 당은 권한을 분산시킨 분권정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엄청난 일을 누구 한 사람이 가타부타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언론이나 시중에서 음모가 아니냐고 이야기를 하는 빌미만 주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통령 후보직도 내던지겠다고 하는데 7만명 불러 놓고 두 달 동안 전국을 돌며 벌이는 경선전이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대구·경북정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좀 막연하군요. 다만 여러 가지 불만이 있으시리라고 짐작은 갑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의 정부도 마무리 단계입니다. 정말이지 제대로 된 선택을 하셔서 다시는 지역정서, 지역감정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출신지역을 따지는 일은 이제 그만 두고 오로지 누가 진정한 대통령 감인가 하는 기준으로 후보를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길만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고문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십시오.
▲대구·경북은 우리나라 전통적 가치의 중심입니다. 검증 안된 불안한 정치노선 및 정책, 불투명한 개인생활 등을 가진 후보와는 체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구·경북이 중심적인 가치관에 입각하여 전 국민에게 귀감이 되는 선택을 해 주신다면 이 나라 운명이 바뀔 것입니다. 이번 우리 당 경선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가를 일인만큼 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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