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초’오상순 닮은 사람 많아

흡연은 인류역사만큼이나 유구하다. “파이프는 철학자의 입술에서 지혜를 끌어내고 어리석은 사람에겐 입을 다물게 한다”는 명언이 있다.
김동인은 생각이 막혔을 때 근심걱정이 가슴을 짓누를 때, 나른한 권태감이 엄습할 때, 한 모금의 끽연을 바로 무릉도원으로 묘사했다.
아마도 입신의 경지에 이른 애연가로는 공초 오상순을 꼽는다. 그는 손가락에 끼고 있는 담배가 자신의 일부로 느낄 만큼 지독한 애연가다. 바로 연아일체경(煙我一體境)에 산 사람이니 담배효용론에 관해서도 일가견을 가졌다.
이를테면 과학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에는 쉽게 염증을 느끼지만 담배에 관한한 몇날 몇밤이라도 신명나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 담배는 모든 세상사가 아름답게 굴절되는 프리즘이요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선약이다.
그래서 금연이란 두 글자를 보면 송충이나 독사를 보는 것 같이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지금도 공초를 닮은 사람이 많다.
‘요새는 폐암과 담배기사가 신문에 너무 자주 나오지 않나?’ ‘그래 그걸 읽으면 소름이 끼쳐’. ‘그래서 큰 맘 먹고 그걸 끊기로 했네’ ‘용하다, 담배를 끊다니’ ‘아니 신문 쪽이야’
그러나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담배 한 개피에 4천 7백가지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그 중에서 타르, 니코틴 등 42가지가 발암물질로 판명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한해동안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300만 명에 달했으며 2025년에는 약 천만명 정도가 담배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지난 해 연세대에서는 담배 한 개피 양의 니코틴으로 2분만에 생쥐 한 마리가 즉사하는 실험을 공개한 바 있다.
성인남자 65% 성인여자 35% 청소년 8%가 우리 나라 흡연인구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흡연율로 통계상으로도 흡연대국이다. 1년에 담배연기로 사라지는 돈만 2조원이고 매년 우리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인구가 2배로 증가하고 있다.
어느 연예인의 폐암 말기 뉴스가 매스컴을 타면서 금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학교와 관공서에서도 ‘금연선포식’이 이어지고 서울 교육청에서는 ‘흡연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만큼 흡연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소견으로는 금연의 장애요인을 3가지로 본다.
첫째, 몸에 베인 습관성이다. 그러나 담배를 끊으면 바로 습관이 교정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 한다.
문제는 생리적 중독현상이다. 금연자가 넘기 힘든 관문이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금단현상이다. 사람에 따라 증상도 다르지만 심한 경우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다고 한다.
끝으로, 심리적 의존성을 탈피하는 일로 금연의 마지막 열쇠라 한다. 금연 결심이 확실해야 하고 초지일관의 의지도 확고해야 한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류역사에서 끽연의 동기를 보면 삶이 두려워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를 끊는 일도 자신이 두려워서 못한다고 한다.
담배를 끊고 나면 무슨 맛으로 사느냐 하는 막연한 허탈감도 금연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라 한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고도 세상은 흥미진진하고 계절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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