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실팔부신중 배치·광창 등 원형 상실 천장 돔 균열·기계시설 소음 해결 안돼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보다 지금까지 수많은 보수공사를 벌이고도 원래의 제 모습을 되찾지 못한 석굴암의 원형을 되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재청과 불국사가 석굴암 경내에 석굴암 모형을 조성하고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석굴암 유물전시관 건립 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대부분 고고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을 비롯한 김홍남교수(이화여대)등은 “석굴암은 일부러 깊숙한 곳에 지은 성소(聖所)인데 모형전시관을 지어 바깥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면서 모형전시관을 지어 석굴암의 존엄성을 해칠 것이 아나라 치밀한 계획을 세워 원형보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병익 신라문화동인회장은 “복원, 보수공사 과정에서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변형된 석굴암 전실 부분의 팔부신중 배치 문제나 본존불 정면의 광창 등 지금까지 잘못 복원된 것으로 확인된 석굴암의 원형을 되찾는 작업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제시대 이후 지금까지 석굴암 보수 공사를 벌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20년 빗물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천장에 콘크리트를 덮고 아스콘을 입힌 것을 시작으로 27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습기에 의한 이끼낌을 방지하기 위해 보일러로 불을 때 증기를 사용했고, 64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벌이면서 콘크리트 이중 돔을 만들고 66년에는 항온·항습을 위해 기계 설비를 갖추는 등 수많은 보완작업을 했지만 지금까지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지난 1996년 11월에는 석굴암 돔 내부 균열과 천장부분 돔의 콘크리트 에서 배어나온 산화성 물질로 인한 백화현상을 보여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석굴암의 안전문제나 과학적인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96년 당시 석굴암 내부 돔에서는 3곳에 최대 0.8㎜ 틈을 보인 길이 5m의 균열이 확인됐고 23t의 불상을 받치고 있는 좌대의 7곳에 균열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석굴암 돔 옆에 설치돼 있는 항온·항습을 위한 기계설비의 경우 압축기 주변의 소음이 81㏈로 대형트럭의 주행소음과 비슷한 수준으로 밝혀져 경악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석굴암의 원형보존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모형전시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고고학계에서는 이 기회에 모형전시관 건립보다 완벽한 원형 되찾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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