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망가짐의 사회적 현상 반영

요즘의 대중문화의 화두는 망가짐이다. ‘망가지다’는 사전적 표현으로 ‘물건을 못쓰게 찌그려 뜨리다’라는 뜻이다. 망가짐은 요즘 연예가풍토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된다.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뜨리고 다른 이미지에도 과감하게 도전하여 연기력과 인기, 그리고 경제적인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물론 상업적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 기본적인 이유가 된다. 중후한 인물이나 귀공자, 미인들이 망가지고 깨어지는 모습은 대중에게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의 웃음과 재미보다 색다른 맛을 배가 시킨다는 차원높은(?)계산때문이었다.
TV에서는 시트콤이 주로 이들의 무대가 되는데 시트콤 연기의 대부 오지명과 미달이 아빠 박영규가 ‘순풍산부인과’ 에서 잔뜩 망가진 덕택으로 인기를 한 몸에 모았다.
요즘에는 ‘동물원 사람들’ 의 전무송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의 노주현을 뒤따르고 있다. 중후한 연기자의 노주현이 먹는 것을 밝히고 머리나빠 만년 고생하는 역을 하고 있다면 개성있는 전무송은 동물학 박사로 지나친 집착과 치사한 삐침이 주특기가 된다.
이런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르는 영화계선 더욱 심각해진다. 애정물이나 폭력물, 전쟁, 섹스류 영화보다는 보다는 코믹류가 흥행에 연달아 성공을 했고 현재도 지배를 하고 있다. 작년 한해 ‘달마야 놀자’ ‘조폭 마누라’ ‘엽기적인 그녀’ ‘친구’ 등에 이어 현재도 패러디 영화 ‘재밋는 영화’ 김정은, ‘정글 쥬스’ 손창민 ‘아이언 팜‘ 차인표, ‘울랄라 시스터즈’ 이미숙 등이 망가지는 코믹류 주인공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요즘 연기자들은 망가짐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즐긴다. 순진하고 귀여움으로 하늘을 찌를듯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나라도 시트 콤에서 망가지는 것은 다반사. 망가짐 현상은 영화인이나 텔런트, 가수등 장르를 남녀노소도 불문이다. 토크 쇼에 등장하는 연예인 스타들은 의례 개인기라 불리는 장기를 하나씩 선보이고 그것을 연구하고 다듬기에 몰두한다. 인기의 높낮음을 뒤로 하고 망가짐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음이 가능하다. 인기 가수 그룹 캔은 토크 쇼에 출연하여 자폭성 망가짐을 연기하여 음지에서 양지로 탈출했다.
이런 가벼움과 망가짐은 사회적 현상이라고 대부분 파악하지만 오히려 TV와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 매체가 부추긴 점이 많다.
망가짐에 대한 불안과 거부감은 시청자들에게도 연기자에게도 이젠 없다. 모두가 한바탕웃음으로 순간을 보내고 그 이미지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하거나 무거워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저변에 깔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쓸데없는 분석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가벼움과 망가짐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거나 꾸밀 수는 없다. 경중과 희로애락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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