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자신있습니다“ 탈북자 최광철(21·가명)씨는 9일 오전 9시5분(현지 시각)께 미국행을 요구하며주 선양 미국 영사관 담을 뛰어넘기 수시간전 친지와의 전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99년 5월15일 탈북한 뒤 혼자 중국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구걸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 비참하게 살다 베이징(北京)에서 송씨 등을 우연히 만나 이번일을 계획했다.
9일 오전 미국 영사관 앞에 나타난 최씨는 합법적인 미국행 수단인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줄을 지어선 중국인들 틈에 섞였다.
줄을 바로 세우기 위해 중국 공안들이 몇 차례나 최씨 옆을 지나갔고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최씨 뒤에 서있던 중국인 여자를 쫓아 냈다.
그러나 아무도 최씨를 주목하지는 않았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던 최씨는 높이 2m가 넘는 담을 몇 차례나 흘끔흘끔 쳐다봤다. 그러는 동안 오전 9시가 지났지만 최씨는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고있었다.
오전 9시5분께. 최씨가 갑자기 줄에서 벗어나 담을 뛰어 넘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일단 실패. ’자유행’이 보장되는 담은 너무 높았다.
줄 서 있던 중국인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깨닫기 전 최씨는 바로옆 조금 낮게 홈이 팬 담벼락을 잡고 2차 시도를 했다.
이번엔 성공. 중국 공안 3-4명이 몰려들어 간발의 차이로 최씨 발을 잡을 뻔하다 놓쳤다.
공안들이 소리를 지르자 영사관 문 안쪽에 있던 자체 경비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담을 뛰어넘어 영내로 질주하는 최씨를 붙잡으려고 달려들었다.
최씨는 수비수들을 피해 ‘터치다운’을 노리는 미식축구 공격수처럼 경비원들의 손을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가 미국 영사관 건물 현관까지 20여m를 달렸을 때 경비원들은 최씨 등에 매달린 가방을 거의 잡을 뻔 했다. 그러나 자유를 향해 필사적으로 질주하는 그를 끝내 막지는 못했다.
드디어 터치다운. 현관으로 들어갔던 최씨가 경비원들에게 붙들려 한 때 건물 밖으로 끌려나오기도 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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