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세명기독병원 원장>

가끔 대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서 중소도시에 사는 재미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직은 차가 덜 밀리고 환경이 덜 오염되어 대도시보다는 훨씬 살만 하다고 이야기 하면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포항은 오염이 심하지 않느냐고 되묻곤 한다. 포항이 철강공업도시여서 공해가 심할 것으로 지레 짐작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꼭 우리지역의 대표기업인 포스코는 환경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이며, 공해 제거 설비, 공장 내 나무심기, 주택단지의 조경 등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점점 도시가 오염되어가고 차량이 늘어가며 차량 정체가 심해져 가는 것을 느낄 때는 한숨이 나온다. 도시 기반시설은 대도시보다 훨씬 못한데 차량만 늘게 되면 교통체증이나 대기오염이 대도시 보다도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가끔 내가 근무하는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내려다 볼 때면 건물 주위 풍경이 너무나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라서 너무나 답답하다. 좀 푸른 환경에서 살수는 없을까.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산업도시가 아니라 환경도시라고 믿는다.
요즘 포항의 인구가 정체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산업체나 공장 유치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환경도시가 되어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면 구태여 인구를 늘이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게 되어 한번 살아 보면 떠나기 싫은 도시가 되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을 중시하고 환경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는 도시가 되면 다른 문제들은 오히려 쉽게 해결 될 수 있고 환경 도시가 되는 쪽으로 정책을 펴다 보면 환경도시로 소문나고 각광을 받으면 경제가 더 활성화 되는 것으로 외국의 예에서 증명된바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환경도시로 갈 수 있을까. 환경도시로 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전거 정책과 녹지공간 확보 두 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차량용 도로를 늘릴 예산이 있으면 차라리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대도시에서 버스 전용 차로를 만들 듯이 자전거 전용로에 가장 좋은 길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차를 시내에 가지고 나오지 않도록 유도 해야 할 것이고 대신 자전거의 천국을 만들어 주면 누가 구태여 차를 가지고 나올까? 차는 꼭 필요할 때나 시외로 나갈 때만 쓰면 되는 것이다. 차량 이용이 줄어들면 대기 오염은 저절로 줄게 될 것이다.
녹지 공간 확보도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대구시에서 하는 담장 없애기 운동은 우리 지역에서도 바로 적용하여 모든 담은 숲과 나무로 대치하도록 관공서나 공공 건물부터 시행해야 할 것이다. 예산이 허락하는 대로 소 공원을 만들고 좀 큰 나무들을 심었으면 좋겠다. 건물 사이에 숲이 있는 게 아니라 숲 사이에 건물이 있도록.
이런 정책은 지속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한 20년은 생각하고 추진해야 하고 이제는 이런 획기적 정책을 통한 발상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냥 이대로 놔 두면 포항도 전국 어디 가나 있는 특징없는 중소도시로서 거기에 살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고 대도시에 갈 능력 없는 사람들이나 모여 사는 이류 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정책이 서울 위주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절박한 생존권 문제인 환경 도시로의 변환이 가능한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포항은 이와 같은 환경 정책을 시행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도시이고 포항보다 더 큰 도시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 할 것이다. 우리 포항이 자랑스러운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도시에 있는 친구들에게 포항에 한 번 와보라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 꼭 한번 와 보라고 자랑을 신나게 할 수 있고, 대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진심으로 부러워 하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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