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기장 주변 스케치

‘붉은 월요일’ ‘가자 16강으로’ 부산대첩에 이은 달구벌 승리를 염원하는 열기가 10일 오후 내내 이어졌다. 한·미전이 열린 월드컵 대구경기장은 붉은 악마의 함성과 탄성이 섞인 ‘필승 코리아’의 응원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 전반 미국 선수에 선취골을 빼앗긴 한국 팀 응원단은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며 애써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내내 한국의 승리를 염원했다.
후반 안정환 선수의 멋진 헤딩골이 동점을 만들어 내자 붉은 악마 응원단은 아 대한민국, 아리랑을 외치는 등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월드컵 D조 2차전에서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한 10일 대구시내 주요 도심은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특히 젊은층이 많이 몰린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대는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 기대를 걸고 시내 일대를 행진하는 등 집단 응원전이 계속됐다.
동성로 거리로 진출한 이들 중 일부는 대구백화점 앞 분수대에 올라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가 하면 어깨동무 행진을 하면서 무승부의 아쉬움을 달랬다.
회사원 박모(36·수성구 범어동)씨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마음이 된 대구시민들의 축구사랑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기는 경북대 후문과 계명대 일대 등 대구시내 대학가도 마찬가지로 밀집된 호프집마다 축구를 보고 쏟아져 나온 대학생 및 인근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 시민야구장과 두류공원, 대구 전시켄벤션센터 등 인근 도로에도 가족단위로 응원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 채워져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대변했다.
○…대구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시작(오후 3시 30분) 1시간 전 6만 여석의 좌석이 거의 들어찬 가운데 붉은 악마의 응원전이 열기를 뿜었으며, 경기장은 온통 붉은 티셔츠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응원전에 나선 붉은 악마들은 경기 내내 ‘GO KOR 16!’을 새긴 카드섹션을 펼치며 계속해서 ‘가자 16강, 대한민국’을 목이 쉬도록 외쳐댔다.
○…경기 내내 월드컵 대구 경기장은 응원단의 붉은 물결과 태극기를 몸에 두른 응원단의 함성과 북소리로 열기를 더했으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등 흥분의 도가니였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붉은 악마 응원단 중 일부는 무승부로 끝난 이날의 경기를 아쉬워하는 등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요한 경기인 만큼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 이근식 행자부 장관, 남궁진 문화관광부장관 등 현직 국회의원 수십명과 FIFA 임원 등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속속 입장했다.
이와 함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이홍구 전 국무총리, 강수연씨 등 유명연예인 등도 관전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 월드컵 경기장 한켠에선 대전 목원대 2학년 김지현씨(20)의 승리를 기원하는 삭발식이 거행돼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미국인아내 디미트라 게이츠씨(36·대구교대)와 함께 응원을 나온 한국인 남편은 태극기와 성조기 그림을 배경으로 ‘한국 남편, 미국 아내’라고 쓴 대형 천을 들고 돌아다녀 한국 응원단의 눈길을 끌었다.
○…한·미전 경기시작 전 성조기를 두르고 페이스 페인팅을 한 미국 응원단이 입장하자 시민들은 ‘USA, USA’를 연호하며 환영했으나, 미국 응원단은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절 대응하지 않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낮 12시께 부터 한·미전이 열리는 대구 월드컵경기장에는 2시간 가까이 여우비가 내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난감케 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경기장과 다소 떨어진 동쪽 도로변에는 우산과 우의를 파는 노점상 이 자리를 잡아 짭잘한 소득을 올리는 등 발빠른 상술을 과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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