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의 사조직화 이제그만

지방 선거가 끝이 났다. 의회로 진출,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시민 단체 후보들의 상당수가 당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포항시민 연대회의에서도 시민후보로 11명을 출마시켰으나 2명만이 당선되었으며, 구미는 그나마 농업계에서 6명이 당선되어 농민들의 생각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계를 대표하여 나섰던 7명의 후보 중에서 간신히 2명을 당선시키는데 그쳤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견제와 경쟁이라는 의회의 모습보다는 지역주의가 오히려 심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 병폐 중의 하나는 지방 정치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었다. 지방 정치는 중앙 정치의 부수적이고 보조적이며, 일부 중앙 정치인의 사조직 관리 차원 정도로 간주되어 왔다. 이로 인해 자율적인 지역 정치 발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으며, 시민들은 주인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지방 정치의 모습이 이번 지방 선거에서 더욱 심화된 느낌이다. 지난 세 차례의 지방 선거에서도 지역 분할로 인한 경쟁의 부재로 이러한 지방 정치의 활성화를 이루지 못했다. 한 지역을 특정 정당이 지배함으로써 지방 정치에 있어서 견제의 기능은 봉쇄되었으며 견제 세력의 부재는 반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를 막아 놓았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이러한 지방 정치에 대한 반성과 변화의 모색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 지방 정치 발전을 안타깝게 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이번 선거 결과 투표율이 극도로 낮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경쟁이 존재할 수 없었으며, 지역별로 당선자를 이미 예상할 수 있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뚜렷한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끝이 났다. 앞으로 4년은 어차피 이들에 의하여 지방 정치와 행정을 꾸려 나가야 한다. 말 없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아직도 지방 정치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지방 정치의 모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의 생활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하려는 의회의 모습을 시민들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게 사실이다. 미래를 열어 가는 도시 계획과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치,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의회, 전문성과 도덕성이 강화된 행정 등, 중앙의 부속물이 아닌 시민이 주인 되는 지방 정치를 시민들은 오래 전부터 고대해 왔다. 사실 시민들은 소지역주의나 한건주의가 아닌 진정한 지역 발전을 기다리고 있다. 생활 현장에서 시민의 손을 잡고, 가슴을 나눌 수 있는 행정을 기다린다. 각종 조례의 제정, 개정 및 폐지, 중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 등을 심사 처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많은 시민이 관심을 두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 관계 전문가들을 찾아서 그들의 의견과 지역의 미래를 감안하여 최선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의회, 아울러 이해 당사자에게 잘못이 있을 때는 설득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의원을 바란다.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지체 없이 해결 방안과 대안을 제시하는 등 능동적이고 순발력 있는 행정을 원하고 있다. 사소한 문제처럼 느껴지는 일이라도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따뜻하게 받아줄 수 있는 지방정치가 필요하다.
중앙 정치나 개인보다 시민의 이름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지방 정치의 모습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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