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회를 통해 온국민이 하나가 된 국민통합의 물결이 조성됨에 따라 정치권이 이같은 화합 분위기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승리를 기원하는 한마음이 ‘4강 신화’를 이뤄낸 만큼 정치권도 소모적 정쟁과상극의 정치, 지역분열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 국가선진화를앞장서 이끌어야 한다는 자성과 압박이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민은 동기부여만 되면 뭐든지 해낼수 있다’는 것이 이번 월드컵대회를 통해 확인된 만큼 온국민의 염원을 한데로 묶어내는 것이 정치권의 역사적 과제이자 책무라는 주문과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학연·지연 등 각종 연고 배제와 능력 본위를 통한역량 극대화, 그리고 기본 중시 등 ‘히딩크 따라하기’ 붐에 정치권도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사회 각 분야를 조화시켜 발전적 에너지를 확대 재생산하는순기능 대신 각종 분열적 행태로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돼 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적 열망에도 불구, 정치권의 환골탈태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팽배해 있는게 사실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각 당간 이해관계로 16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시한을한달 가까이 넘기도록 원구성을 하지 못한 채 ‘식물국회’라는 모욕적인 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할 현안들의 방기는 물론 국회 마비상태의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으나 국회 문은 굳게 닫힌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연말 대선은 물론 얼마 남지 않은 8.8 재보선도 월드컵 효과를 최대한 활용, 나라를 한단계 도약시키자는 사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각 당이 재보선 결과를 대선 결과에 직결시키며 재보선에 사활을 걸고 당력을총동원할 태세여서 선거과정에서 흑색선전과 폭로전, 인신비방, 지역색 재연 등 국민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12월 대선까지 감안하면 ‘월드컵 효과’는 일거에 함몰되면서 정치권이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퇴행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에 쏠린 세계의 시선에 국가 이미지 실추가 두드러지게 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지역주의와 국민분열을 부추겨온 정치권이 월드컵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국가발전 의제를 놓고 건전하게 경쟁하는 풍토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우선 원구성을 서둘러 마무리짓고 월드컵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도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탈(脫) 연고를 바탕으로 한 서구적 합리성과 기본기 배양 등을 정치권이 수용, 감동을 주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히딩크 학습’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없지는 않다.
기존 정치로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왕에 제기돼온정책정당화와 이를 위한 ‘실력 배양’ 주장이 각당마다 제기되고 있고, 정치제도의선진화를 위한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지역주의 분열과 대립의 리더십인3김 시대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국민적 에너지가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폭발했다는것은 국민통합의 리더십이 등장할 여건이 성숙됐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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