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고, 폐지 한달…학생·학부모 혼란 거듭

대구시내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0교시’와 심야자율학습을 시행중인 가운데 경북여고가 유일하게 이의 폐지방침을 고수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여고는 6월 초 학생들의 0교시 폐지 요구와 심야 자율학습비를 둘러싼 말썽 등으로 인해 전격적으로 이 두 가지를 폐지했다.
처음 교육계에서는 “학부모의 반발로 아마 곧 다시 원상복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학부모의 반발을 유도하기 위한 단계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실시 한 달이 다 된 1일 이 학교는 원래대로 돌아갈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해룡 교감은 “처음에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했으나 이제는 대부분 이를 수용하고 있다”며 “0교시와 심야자율학습 폐지로 인한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0교시 폐지 한 달이 다 된 현재 이 학교에는 많은 변화가 왔다.
아침마다 학원차량들이 교문에 줄지어 학생들을 내려놓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여고로 인해 새벽반 강의를 하는 학원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수업을 마치고 밤 9시 이후 시작되는 3학년의 심야자율학습 시간에는 학부모들이 교사대신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현재 심야학습을 하는 3학년 학생은 100여명. 이들의 학부모들이 매일 2명씩 돌아가며 학생들을 감독하고 있다. 학교측은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원이나 독서실로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학교측은 예상하고 있다.
학생들은 9시까지 학교에 오면 되지만 대부분 8시까지 등교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한 학부모는 “우리애가 9시까지 학교에 간다니 착잡하다”며 학교에서 좀 더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아직도 이런 환경에 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은 듯 자신들끼리 학교 홈페이지에서 0교시 폐지를 두고 뜨거운 찬반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 교감은 “0교시와 심야자율학습 폐지이후 전체 모의고사 성적이 다소 내린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학생들의 자율성이 확대된 만큼 자신의 장래에 대한 책임감도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권충현 장학사는 “경북여고의 사례는 아주 희귀한 것으로 0교시와 심야자율학습 폐지로 인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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