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감소 예상못하고 출하 늘려

21세기 들어 처음 열린 월드컵이 30일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으로 세계 4강이라는 신화를 이루었지만 요즘 농민들은 우울해져 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막되면서 그동안 농업인들의 기대를 모았던 월드컵 농산물 특수는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농산물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름 과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박·참외 값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배를 비롯한 저장 과일류 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또 잎채소류와 열매채소류 값도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보다 많이 떨어지는 등 월드컵 농산물 특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농산물의 특수 실종 원인은 월드컵 축구 경기가 소비자들을 안방에 묶어놓은 탓에 농산물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월드컵 기간 동안 노점상의 대대적인 단속과 월드컵 경기 당일 차량 2부제 실시 등이 더욱 소비를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반대로 농업인들이 월드컵 기간에 맞춰 출하시기를 조정하여 수박 등 신선 과일과 저장과일류의 시장 반입량을 늘린 것이 오히려 가격을 더욱 낮추는 결과가 되었다.
가격이 떨어지자 농민들은 채소의 적기 출하를 늦추어 품질이 나빠졌고 저장 과일의 저장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품성이 떨어져 앞으로 농산물 값의 하락이 더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월드컵의 성공 개최도 확정적이고 축구대표팀의 4강 쾌거의 기쁨이 새로운 국운으로 승화되어 가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 농민들의 어깨가 쳐지고 있다.
농가수입의 52%를 차지하고 있는 쌀생산량 증대 억제정책 추진으로 논에 벼 대신 수박·방울 토마토·참외 등 작목을 바꿔 재배한 농가는 월드컵 특수가 없어 더욱 난감하다. 그러나 요즘처럼 농산물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요동치는 농산물 값의 안정화 대책은 생산자가 직접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농산물 가격의 하락을 방지하고 역으로 가격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 농민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지 살펴보자
우선 생산자 개개인이 가격대응에 나서는 것보다는 스스로 일정규모의 ‘생산자 단체’를 결성, 도매법인이나 유통업체와 가격약정 또는 출하약정을 직접 체결해보는 것도 좋다.
다음은 생산자인 농민들이 출하량을 스스로 조정하여 가격 하락을 막고 도매인들의 가격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도록 농산물 저장시설과 적정한 물류센터의 확보도 필요하다.
또, 대형도매출하, 소매 및 이벤트 활용, 대형유통업체, 방문판매나 이동판매 등을 통한 고객직판 등 유통라인을 전략적으로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농산물 출하지역을 다양화하여 특정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행여 발생할 수 있는 가격폭락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지혜가 요구된다.
생산자이자 공급자인 농민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농산물 가격 결정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제값을 받고 유통되는 농산물 시장이 개척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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