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종량제봉투 생산 ‘포항시 장애인재활작업장’

‘포항시 장애인재활작업장’ 직원들이 자신이 맡은 일자리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만들고 있다.

직원 전체가 1~3급 중증장애인…품질 관리는 최고

가동 6개월만에 월100만장 생산 4천만원 수익 올려

가동률 낮아 자활기반 마련에는 역부족…지원 절실

‘몸이 불편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 1100-10 100여평 남짓한 단층 건물에는 새 봄의 따뜻한 향기를 뒤로한 채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만드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화된 인쇄기와 제단기를 그쳐 나오는 종량제봉투가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자 기계옆에 붙어 있던 사람들이 분주한 손길을 놀리느라 기자가 찾아온 것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들이 일하는 곳은 지난해 10월 지체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가 장애인자립기반조성을 위해 마련한 ‘포항시 장애인재활작업장(소장 장재권 경북지회장)’.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가 1~3급의 중증장애인들로 자신의 몸 하나를 지탱하는 것조차 힘들 상태지만 작업이 시작되자 자신이 맡은 일자리에서 조그만 빈틈도 보이지 않으려 번뜩이는 눈과 쉴새없이 움직이는 손길로 금새 비지땀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얼굴에는 세상 그 누구도 갖지 못한 환한 미소들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포항시 장애인재활작업장은 지난해 10월 당시 장재권 포항시지회장이 지체장애인들에게 자활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시유지 261평을 대부받고 국비 2척8천만원과 도비 1억6천만원, 시비 1억6천만원 등 모두 5억6천만원으로 135평규모의 단층건물과 연 6천5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인쇄기, 제단기 등 제반설비를 갖췄다.

이같은 설비를 갖춘 재활작업장은 물량확보를 위해 장재권소장과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들이 직접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포항시를 비롯 도내 23군을 돌며 홍보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각 시·군별로 기존 종량제 생산공급업체가 지정되거나 계약을 맺고 있었는 데다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이라는 선입견 등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시작된 재활작업장은 생산초기 포항시에 공급한 종량제 봉투가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품질이 낫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도내 여타 자치단체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 불과 6개월만에 월 100만장가량의 봉투를 생산해 3천800만원에서 4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재활작업장이 이처럼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던 데는 포항시를 비롯한 기관들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재활자립을 향한 장애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된 제품이 최고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 회차별 생산분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품질시험을 의뢰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처럼 철저한 품질관리는 그대로 제품의 완성도로 이어져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포항시에 납품된 종량제 봉투가 기존 봉투에 비해 훨씬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다 생산품질에 대한 평가가 나오면서 타시군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해 지난해말 경주시에 이어 지난 3월에는 경산시에서도 현장확인 및 제품공급능력 등을 확인하는 등 희소식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직원 전체가 중증장애인들이다 보니 제품 상·하차 등 이송에 큰 불편을 겪고 있어 앞으로 사업이 확대되면 우선적으로 지게차를 비롯한 장비확충이 절실하다.

또한 가동률이 20%에 불과하다보니 직원들의 보수가 기껏해야 7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자활기반마련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재활자립장은 현재 생산능력의 20%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의 평가와 상반기중 관보등록이 이뤄지면 도내 23개 시군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종량제봉투 일관생산라인 확충을 통한 품질향상 및 원가절감을 위해 원단까지 직접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고용창출효과까지 거둘 수 있도록 부가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장재권 소장은 “장애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신체적 장애를 넘어 스스로 경제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밝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같은 자활사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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