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포엠토피아> 펴냄 역사의 폭력성 비판·상처받은 삶 어루만져

경북대 교수로 재직중인 이상규시인이 세 번쩨 시집 ‘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를 출간했다. 첫 시집’종이나발’ 과 두 번째 시집 ‘대답없는 질문’ 간행 이후 4년만에 나온 이번 시집의 핵심 메시지는 표제에 그대로 압축돼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향해 왔던 세계를 거대한 낡은 집으로 규정짓고 그것에 대해 자기 성찰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종전의 시학과는 다른,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무거운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창작법을 모색한 이상규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66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 1부 ‘이론은 잿빛이다, 동무여’에서 ‘불온성 없는 세상’ ‘악의 축’ 등 20편, 제 2부 ‘바람에 밀리는 새가되어’에서 ‘비가 오는 날’, 끝없는 이별’ 등 26편, 제 3부 ‘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에 ‘거대한 집을 지으며’ ‘인연’ 등 20편 등으로, 그 동안 추구해온 비인간적인 사회와 역사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삶들에 대한 애정으로 요약되고 있다.
‘나의 뼈와 살 그리고 적절한 중량의/모든 것을 키워낸/지붕도 담벼락도/산성비와 세월의 흐름에/삭아 내리고/뒤틀리고 틈 사이가 점점 커져 가는/기둥하고 벽/ 둥지를 벗어난 새처럼/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왠지 허전함이 두텁게 깔린/먼지에 대한 그리움으로/자라온 집을 나선다(‘거대한 집을 나서며’의 일부)
자신이 성장해 온 거대한 집, 존재의 근원을 말하는 집이 항상 바깥 세계와 맞닿아 있는 창문처럼 그의 정신은 자신의 밖에 있는 역사와 사회를 향해 늘 깨어있으며, 혼탁한 세상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시가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에 고민했다는 시인의 사상이 담겨있다.
낡은 껍질을 깨고 새로운 언어의 집을 짓기위해 새 출발을 다짐한다는 시인의 치열하고 고단한 여정, 그리고 시인의 생각을 대변한 신재기 교수(경일대·문학평론가)의 서평도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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