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원구씨, 57년만에 남측혈육 상봉

“네가 누구냐..57년만에 만나다니 꿈만 같구나”
15일 오후 2시40분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1층 무궁화볼룸. 전날 아버지 몽양(夢陽) 여운형 선생의 묘지를 찾아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8.15민족공동행사 북측대표단 조국전선 중앙위원회 의장 여원구(74)씨가 이날 드디어 남측 혈육과 눈물겨운 상봉의 자리를 가졌다.
여씨는 10명의 남측 가족들과 57년만에 해후했다.
려씨를 찾은 남측 가족은 몽양 선생의 동생인 고(故) 여운홍씨의 첫째 아들의 손주 4명과 둘째 아들 손자, 며느리 등 10명· 이날 만남은 여씨가 북측대표로 서울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한 남측 가족들이 호텔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이뤄졌다.
여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채로 3명의 조카로부터 큰절을 받은 뒤 서로 부둥켜 안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여씨는 이어 자리에 앉은채 차례로 조카 등 가족들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안으며 “네가 누구냐”며 울먹였으며 “꿈만 같다”고 연신 되뇌었다.
이들 남측 가족은 북측의 혈육에게 준비한 한과를 전했고, 일부 가족들은 그리움에 지친 편지를 려씨에게 직접 전달했다.
주변 수행원들이 여씨를 진정시키자 려씨는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뒤늦은 점심식사를 하며 반세기의 공백을 뛰어넘어 애틋한 가족의 정을 나눴다.
앞서 여씨는 가족들이 호텔 로비에서 기다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북측 여성 수행원 2명의 부축을 받으며 직접 로비로 나갔으나 수십명의 취재진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수행원들이 “(려선생님이) 아직 식사도 못했다. 늙으신 분인데.”라며 취재를 극구 만류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