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상식·속설 믿지 말길

최근 의료계의 화두중에 하나는 근거 중심의학 (Evidence-based Medicine)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어떤 의료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의 근거가 정말로 있는가 하는 것을 따져야 하고 근거가 있는 의료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뱀이 정력에 좋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지 대충 추측이나 몇 사람의 경험만으로 그렇게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 수준은 대규모 연구로 증명이 되어야만 근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말 유명한 뉴잉글랜드 저널에는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심장병이 적게 생긴다고 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다 아는 뻔한 내용을 갑자기 왜 발표하나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뻔한 내용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람들의 생각이고 이 논문을 발표하는데 12만 5천명의 식생활을 조사하고 14년간 전향적으로 추적 조사해 심장병의 발생을 기록해 통계를 내어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연구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서 이 정도 규모의 조사대상 숫자와 그 기간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생각해보자. 일견 당연해 보이는 질문을 놓고 10년 내지 20년 뒤에 답이 나오는 대규모 연구를 하는 끈기를. 그만큼 근거란 중요한 것이고 거꾸로 말하면 근거 없는 의료행위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다. 누군가가 ‘뒷산에 나오는 약수가 몸에 좋다’고 한다면 우리는 우선 근거를 찾아야 한다. 그 근거는 적어도 약 만명이상의 사람이 연구 대상이 돼 5천명은 그 약수를 마시고 나머지 5천명은 그 약수를 안 마시면서도 나머지 생활 관습은 똑같게 하여 살고 적어도 10년이상 관찰하여 질환의 발생유무, 몸 상태의 변화들에 대한 통계를 내어야 한다. 누가 이 것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그런 정도의 대규모 조사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주위의 많은 의학상식이나 속설들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을 좀 깨달았으면 한다. 무엇 무엇이 몸에 좋다는 말, 특히 장사가 되는 어떤 것이 몸에 좋다는 말에 근거가 있는 경우는 한마디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항기독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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