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전문대‘신입생 모시기’출혈경쟁

올해 입시에서 대구·경북지역 25개 전문대 중 1백% 가까이 정원을 채운 곳은 대구의 K전문대 등 3∼4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역 18개 전문대는 등록률이 60∼70%선에 머물렀으며 특히 북부지역은 50% 안팎인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해 입시에서 대구 2곳을 포함 지역 11개 전문대가 공개적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하기까지 했다.
학교별로 편차도 심해 경북권 대학의 경우 심지어 50% 대에 불과한 대학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더욱이 안정권으로 인식됐던 대구의 전문대 조차 2개 대학이 사상 최초로 추가모집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경북지역 중 비교적 규모가 큰 도시인 포항과 구미의 전문대마저 추가모집을 했으며 사정이 악화된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대 관계자는 “올초부터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지역의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보내 달라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입시철은 물론 연중 입시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신입생 자원이 격감하자 지역전문대들이 9월에도 신입생을 모집하는 사상 유례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전문대들은 지난 1학기 합격자들의 등록기피로 미달사태를 빚자 9월에 다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정원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대학정원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2003학년도 신입생 모집시기를 앞두고 대학들이 한 명이라도 더 정원을 확보해보자는 생존차원의 몸부림으로 비쳐지고 있다.
지역에서 현재 9월 신입생을 모집하는 대학은 경북과학대, 경북외국어테크노대, 대경대, 대구공업대, 미래대 등 5개 대학으로 모두 7월에 합격자 발표와 등록을 하고 9월부터 학기를 시작한다.
이중 3개 대학은 지난 6월부터 원서를 접수하고 있으나 대구공업대는 4월, 경북과학대는 5월부터 접수를 시작, 접수기간을 최대한 늘이고 있다.
지역대학의 신입생 모집정원은 구조적으로 고교 졸업생 수를 크게 초과했다.
지역대학의 모집정원과 지역 수능응시자 수를 비교하면 1999학년도는 1천6백여명이 초과됐으나 2002학년도는 1만7천여명으로 늘어났다.
지역 교육전문가들은 “모집정원 초과가 최소한 2006년까지는 심화될 전망이어서 지역 전문대는 존립을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울·부산 등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한층 심각해 90년대 이후 대구·경북에 우후죽순으로 전문대가 설립된 데 대한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대 관계자 K씨는 “올해는 특히 실업고 졸업생은 물론 자원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여서 신입생 유치에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입학 자원의 부족현상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약간은 호전될 전망이지만 우리나라 인구 분포상 궁극적으로 완전히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결국 대학은 머지 않아 치열한 생존경쟁에 놓이게 될 것이 확실하고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만 살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백년대계없이 무분별하게 증설, 증원을 부채질한 교육당국이 문제다.
또 무슨 큰 사업이나 되는 듯이 경쟁적으로 전문대를 설립한 재단들도 책임이 크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평생교육, 재교육 분야로 전문대 기능을 특성화해야 한다.
신입생등록률이나 취업률 등을 부풀리기보다 실상을 드러내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은 지금처럼 인가를 받아 설립만 해놓으면 저절로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이 가장 확실한 돈벌이 수단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대학은 지역이나 사회의 실정에 맞는 학과를 개발해야 하고 21세기 첨단산업 시대에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도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다.
경산의 경동정보대와 경북외국어테크노대가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해외 문화 체험 장학프로그램’을 전격 공개, 전문대들간의 출혈경쟁에 불을 당겼다.
경동정보대의 경우 대학 입학 전에 3박4일 일정으로 해외 자매대학 탐방과 해외 문화재 견학, 해외 문화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전액 학교부담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경북외국어테크노대 역시 이런 일정을 여름방학 중에 실시하고 이에 더해 신입생 전원에게 외국어와 컴퓨터 무료강좌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또 2학년 마지막 학기에는 해외실습 및 산업체 현장학기제를 도입, 재학중에 한 번 더 해외에 나가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대구의 계명문화대는 2년전부터 연간 18회씩 재학생을 대상으로 번지점프, 서바이벌 게임, 국토대장정, 스키강좌 등의 장학체험을 전액 대학부담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지역 전문대들은 이미 1학기때부터 교수들에게 지역을 배정하고 고교를 방문토록 해 학생들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교수들에게는 인사상의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교수들은 학교방문은 물론 고교 홈페이지에까지 들어가 자신의 학과를 홍보하는 등 홍보전은 갈수록 불을 튀기고 있다.
영남이공대의 경우 이미 6천여명의 실업고생들을 학교로 초청, 캠퍼스투어를 통한 학교홍보를 끝내고 이제는 이메일을 이용, 1대1 홍보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역 전문대 관계자들은 “전형료를 받지도 않고 등록금을 50% 할인하기도 하는 등 입시파괴 현상이 올해부터는 더욱 심할 것”이라며 “학생이 모자라는 과는 곧바로 없어지고 이것이 확대돼 학교가 문을 닫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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