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수지 0~4℃ 유지 후송해야

의술이 아무리 발달되고 경험이 많은 의사라 하더라도 절단된 수지의 접합수술을 100%성공 할 수는 없다. 접합수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손상된 수지의 상태(절단면이 깔끔한지, 어스러져 있는지), 환자의 나이, 전신 질환의 유무,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절단된 수지의 보관상태 등에 좌우된다. 절단된 수지의 보관이 잘된 경우는 수상 후 24시간까지도 수술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경우로 가능한 빨리 수술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작년 11월 1일, 대게 잡이가 시작되던 날이었다. 오후 5시쯤 수지접합이 가능한지 울릉도 보건소에서 문의 전화가 왔다.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자 12시간 후에도 가능한지 되묻는다. 이유를 알고 보니 환자는 대게 잡이 어선에서 엄지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했고 어선에서 급히 무선으로 울릉도 보건소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어선이 울릉도에 도착하는 시간이 대략 10시간, 울릉도에서 헬기를 타고 포항까지, 그리고 헬기장에 대기하고 있는 119구급차로 다시 우리 병원까지 대략 12시간이 걸리는 응급 후송이었다. 이런 경우 절단된 수지의 보관은 수술 성공여부에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데, 바닷물이나 일반 식수에 장시간 담그게 되면 수술 성공률은 기대하기 힘들다.
가장 좋은 보관 방법은 절단된 수지를 깨끗한 비닐에 물이 스며들지 않게 밀봉을 하고, 비닐의 외부온도가 0~4℃가 되게 얼음으로 주위를 채우는 것이다. 주의 할 것은 얼음이 녹을 정도의 후송시간이 걸리면 수시로 확인해 얼음을 갈아주어야 할 것이다.
환자는 다음날 새벽 6시께 도착했고, 절단된 수지의 보관상태는 우리의 지시를 잘 따라주어 아주 좋았다. 수술은 잘되었고, 경과도 양호해 환자는 무사히 퇴원했다.
근육이 포함되지 않는 손가락의 경우는 이처럼, 보관만 잘된다면 24시간까지도 수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근육이 포함된 경우, 즉 손목, 팔, 혹은 다리의 절단상은 6시간 내에 동맥을 연결해 주어야하며, 이 경우 손가락 절단상보다 시간적인 제약이 많다. <포항세명기독병원 성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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