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하필이면 포항앞바다 인가?”
흔히 일이 잘 안될 때 종종 우리는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삼천포주민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 나쁜 의미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 때문이다.
삼천포주민들은 얼마전 또 한차례 흥분했다. 한 영화배급사가 일본영화의 홍보문구를 정하면서 `‘엄마 찾아 삼천포’라는 문구를 지었다가 옛 삼천포 지역을 관할하는 사천시장의 항의를 받고 이를 즉각 수정했다.
비슷한 사례가 포항에서도 일어났다.
대권주자로 거론 되는 한 무소속 의원이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나라당 김만제 의원이 현대그룹에 대한 공적자금 24조원 손실 책임론을 주장하며 자신을 비판한데 대해“김 의원은 어디에 가서‘어떻게 잘못되면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으라’는 말도 했다”고 되받아쳤다.
김의원의 과거발언을 인용하면서 ‘포항 앞바다’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
사실 이 표현은 지난해 7월27일 광주 상록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시국강연회에서 김만제 당시 정책위의장이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면서“대통령의 몇몇 가신은 ‘포항’앞바다에 빠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인용한 것.
물론 이 표현은 ‘목포항’을 잘못 말해서 입밖으로 나온 것이며 당시 현장에서도 김의원은“아차차, 포항이 아니라 목포다, 목포”라고 정정했었다.
물론 두 정치인 모두 착각으로 포항이라고 말했고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김만제의원은 특히 포스코 회장을 지냈고 포항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분으로 안다.
다만 한번 말실수로 표현된 ‘포항 앞바다’가 정치인들의 입이나 호사가들의 말속에 그 의미가 잘못 전달 된 채 계속 오르내리면서 자칫 포항의 이미지가 엉뚱하게 고착될까 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포항 앞바다는 결코 정치를 잘못한 사람들이 피신하거나 자살하는 곳이 아니라 포항사람들에게는 늘 신성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항 앞바다는 한국산업 발전의 견인차인 포스코의 정신적 지주였다.
모래바람속에서 파일을 박을때도 잘못되면 ‘우향 우’해 영일만 바다에 빠지자는 비장한 각오가 배어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그래서 포항 앞바다는 더 이상 정치인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오염되지 않기를 포항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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