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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 교실에는 ‘긴또깡’이라는 단어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일제시대 서울 종로의 주먹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SBS ‘야인시대’가 안방극장에 태풍을 몰고 왔다. 지난 15일에는 김두한(안재모)와 구마적(이원종)의 한판 대결로 시청률이 51%를 넘는 등 안방극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런 열기를 타고 충남에 있는 김두한의 부친 김좌진 장군의 생가터와 묘소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부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이처럼 드라마 ‘야인시대’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도에 따르면 모교수는 “최근 대선정국과 관련하여 국민이 정계의 음모와 배신에 신물이 나 비록 거리의 주먹패지만 정정당당히 승부하고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과거 조폭이 관련된 드라마로는 ‘모래시계’등이 있지만 요즘은 조폭류 화면이 영화계를 휩쓸고 있다. 물론 코믹터치의 조폭영화지만 웃고 넘겨버릴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도 조폭영화’친구’가 공전의 힛트를 기록하고 올해도 그런 류의 영화가 다작 생산되고 있으며 최근에 각광받는 영화 ‘가문의 영광’도 조폭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요즘의 조폭은 과거 홍길동이나 로빈 훗 같은 선한 악당이 아닌 이 사회에서 몰아내야 할 대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폭이 미화되고 있는 점은 전체의 일면보다는 의리를 중요시한다는 단순논리의 한쪽 면만 부각시킨 대중매체들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의협심과 승부의 멋이 주시청자들인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폭력세계의 가치관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면이 있다.
우리사회가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가치관이 무너지고 그들의 욕심과 장난으로 인해 나라가 결단나고 법과 질서가 철저히 파괴되는 이 시점에서 의리를 중시하고 주민을 아끼는 주먹세계의 가치관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것은 명백히 재미를 주재료로 한 드라마일 뿐이다. 대선이다 뭐다해서 가뜩이나 머리아픈 시점에 조폭신드롬이 우리를 덮친다면 힘없는 백성은 어떻게 살란 말인지.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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