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죽변이 고향인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 유영국화백이 타계했다.
김환기, 전혁림 등과 함께 우리나라 추상회화의 선구자였던 유화백이지만 고향의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드물다.
1998년 ‘월간미술’이 ‘근대미술을 움직이는 거장들-미술평론가 13명의 앙케이트 분석’에서 ‘한국근대 유화 베스트 10’에 뽑힐 정도로 유명한 화가지만 정작 그의 고향에서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인구 2만3천명,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와 예산이 적은 지자체인 강원도 양구군이 지난달 근대화가 ‘박수근미술관’을 개관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박수근 미술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수근의 유화가 한 점도 없어서 개관 전시회에는 유화 9점과 수채화 1점을 빌려와서 걸었다고 한다. 이처럼 단 한 점의 그림도 보유하지 않았지만 지역민들과 양구군청 관계자들은 지역 출신 유명화가를 기리는 일에 2년여 동안 매달렸고 미술관을 개관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 지난달 경남 통영에서는 서양화가 전혁림 미술관 기공식이 있었다. 그의 아들이 사비를 내 건립하지만 통영시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사무를 맡아서 내년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기리는 사업을 통해 관광산업과 연계해 나가고 있는데 반해 울진군청 관계자들은 ‘유영국’ 이라는 화가가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울진군청이 아니라 경북도가 나서서라도 반듯한 미술관 하나는 건립해야 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경북도와 지역의 각 자치단체들은 ‘불교문화권 개발’이니 ‘유교문화권 개발’이니 해서 개발사업을 펴고 있지만 정작 이 시대 문화예술과 예술인은 푸대접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동리·목월 문학관’건립 사업이 그렇고, 쥐꼬리만한 문화예술분야 예산에 삭감 칼날을 들이대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예산 배정·심의 또한 그렇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우리나라 추상회화의 선구자 유영국을 기리는 작은 사업이라도 구상해 최소한 지역민들에게 그의 이름이라도 잊혀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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