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소풍 전 날처럼 들뜬 기분을 안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요즘은 타작마당까지 길이 잘 닦여져 있어 차에서 내리면 바로 대문이다. 어머니는 차 소리를 벌써 듣고 대문 밖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먼 길 욕봤다. 춥제, 들어가자.”
가까이 있는 오빠와 동생도 속속 도착했다. 어머니는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쌓아둔 볏짚을 집으로 옮겨 겨우내 소를 먹여야 하는데 가져올 수가 없다고 하셨다. 우리가 어머니의 걱정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모이게 된 것이다.
다음날, 해가 구절산 산봉우리 위에 고개를 내밀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오빠와 남편, 어머니는 경운기로 논에 가서 짚단을 가져오기로 하고 동생과 나는 타작마당에 짚가리를 쌓기로 했다.
오빠는 탈탈거리는 경운기를 운전하며 조금 멀리에 있는 들로 떠났다. 나는 어머니의 몸빼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니 아이들이 한마디한다.
“엄마가 농부 아줌마 같다.”
동생과 나는 작년에 가져와서 소가 먹던 짚단을 정리했다. 한참 후에 탈탈거리는 소리가 타작마당에 도착했다. 집채만한 짚덩이를 쏟아놓고 가버린다.
“니, 할 줄 아나? 해 봤나?”
“모리요. 처음인데 해 보지예 뭐.”
나는 짚단을 동생 앞에 던져주었다. 동생은 그 옛날 아버지가 하셨던 것처럼 무릎으로 눌러가며 빙빙 둘러 쌓아간다. 우리 남매의 우애도 쌓여간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경운기가 들어왔다. 차츰 던지는데 힘이 들어가고 짚가리는 모양을 갖추어 나갔다. 마지막 경운기를 따라 들어오신 어머니는 우리가 쌓아올린 짚가리를 보고 흐뭇해하신다. 나머지 짚단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비가와도 물이 새지 않게 짚가리 지붕을 만들어 나갔다. 끝이 뾰족하게 완성된 짚가리에서 동생이 미끄럼을 타고 쪼르르 내려온다.
갈 길이 먼 우리는 쉴 사이 없이 차에 오른다. 해가 거류산 꼭대기에 걸려있다.
“오늘 욕 봤다. 조심해서 가라이.”
짚가리 옆에서 손 흔드는 어머니의 얼굴이 석양과 함께 웃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