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타파와 지역균형발전

壬午年을 보내며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과제를 안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한해가 시작된다. 올 2월이면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50대의 젊은 대통령에 기대하는 바는 크고 무겁다. 낡은 정치를 어떻게 청산하고 불신받는 정치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대구 경북 푸대접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16대 大選에서 보여졌던 것 같이 東과 西로 확연히 분리된 지역주의는 노무현 당선자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이다. 그가 정치입문 당시부터 “이것만은 반드시 치유해야 할 병증”이라 여겼던 事案인 만큼 국민들은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노당선자는 행정부 지방분산과 입법부의 이전을 자신감 있게 공약했지만, 단숨에 될 일은아닌 것같다. 경제도시, 입법 행정도시, 학문의 도시, 문화예술도시 등 외국에서는 그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특징적 도시유형’을 만들어가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노당선자가 이를 어떻게 순조롭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국내문제와 지역의 문제
지금 지역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지방분권론이 무성하고, 대선기간중 후보자들은 그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권한을 잃지 않으려는 중앙부서와 더 얻어내려는 지방정부 사이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인데, 부작용이나 無理 없이 추진되기는 어렵겠지만 노당선자의 추진능력을 믿어본다.
지방대학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었던 인재할당제는 지역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중에서 가장 큰 숙원이다. 서울로만 몰리는 인재들을 어떻게 지역에 붙잡아둘 것인가. 이것이 지역군형발전의 핵심인데, 새 대통령은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에 있어서 동해선의 건설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업이고, 북한과의 협의에 의해 그 밑그림이 그려졌다. 지난 정권은 사실상 동해안의 개발에는 무관심했다. 西와 南에 비해 東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인데, 남북간 금강산 육로관광이 합의되면서 겨우 동해선 부설이 가시화됐으니 만큼 차후 이 사업추진에 차질이 없기 바란다.
국가정책이 지역주의적 발상을 벗어나 합리성의 근거위에서 수립된다면, 동해안의 개발은 결코 늦춰서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지역이 노당선자 지지율에서 가장 뒤떨어졌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노당선자는 그런 ‘좁은 눈’을 버리고 더 넓은 局量으로 국정을 재단하는 큰 정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대외문제 해결의 수완

국내문제와 지역문제도 難題이지만, 지금 극도의 긴장감속에 있는 국제문제는 더 큰 난제이다. 미국은 이라크전과 北核대응책을 두고 ‘2개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실로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는 발상이다. 테러와 핵
무기를 구실로 미국은 어떻게든 이라크와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기세이고, 상대국들은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자세이니, 신년벽두부터 중동과 한반도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라크는 비행금지구역에 날아온 무인정찰기를 격추시켰고,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이라는 맞대응을 강행하고 있다. 실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일촉즉발의 위기이다. 이런 긴장속에서는 남북대화와 경제교류와 군사회담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육로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 군사회담 등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우리는 여중생 2명의 사망사고에서 촉발된 SOFA개정문제를 두고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벌이며, 현재 우리 경찰과의 공동현장조사 등 몇가지의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월드컵의 그 위대했던 ‘붉은 물결 거리응원’의 국민적 저력을 ‘촛불시위’로 재점화됐다. 이 두가지 일은 영구히 잊을 수 없는 ‘지난해의 대사건’이었다.
새해 癸未年은 양띠 해이다. 양은 온순한 동물이며, 평화의 상징이며, 함께 무리지어 사는 화합의 동물이다. 사사로운 이익을 두고 다투지 않으며,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조화롭고 질서 있는 동물이다. 초원위를 무리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떼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평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국내외적인 난제들이 평화라는 대원칙위에서 풀려지기를 기대한다. 조금씩 양보하고, 다투지 않고, 강자의 오만을 자제하면서 전쟁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초원위의 양떼’처럼 아름다운 모습의 세상이 펼쳐지는 계미년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경북일보의 각오
새해에는 많은 변화가 예견된다. 인권변호사의 경력이 있는 젊은 대통령이 나왔으니 어렵고 소외된 기층민중을 위한 정책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최대의 공약으로 발표한 대통령인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배려도 전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 경북일보는 창간이래 한결같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필봉을 휘둘러왔고, 소외계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相生의 세상을 이뤄가려는 우리의 노력은 새 정부의 정책과 보조를 맞춰 부단히 이어질 것이다. ‘대구 경북지역 푸대접’이란 말이 새해부터는 死語가 되게하기 위해 우리는 死力을 다할 것이다.
이번 大選에서도 여전히 東西지역주의는 나타났지만, ‘호남인들이 영남인을 대통령 만든’ 그 기조위에서는 이 지역주의도 곧 사라질 것이다. 또 기성세대와 신진세대의 세대차가 이번 대선에서 뚜렷이 보여졌고, 신세대의 의지가 정치현실을 좌우할 만큼 부각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성세대가 가진 ‘경륜과 성숙함’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영양소임은 분명하다. 술을 담글때도 ‘밑술’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기성세대의 眼目은 유익하다.
경북일보는 세대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도 일정한 기여를 할 것이다. 기성세대는 스스로 제2선에 물러나앉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늘 신세대의 행보를 지켜보고 충고해주는 ‘밑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북일보는 그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경북일보는 계미년 한 해 동서의 지역구도 해소와 세대간 갈등 봉합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며, 지방분권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한결같은 논조를 펴나갈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변함 없는 사랑과 질책을 기대하며, 癸未年 신년인사를 여기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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