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무대왕 해맞이 대축제에 붙임

밀어 올려라
파랗게 치솟는 우리들의 머리 끝까지
永生하는 대왕의. 문무대왕의
저 크고 칼칼한 기침 소리를.

한반도 깊은 시름
한 누리에 휘감고
역사의 능선 위에 높이 뻗은
대왕암 남빛 상공, 나부끼는 선율을.
새 천년 쪽빛 파도 가슴으로 가슴으로
부비어 오는
백의 민족 창창한 하얀 숨결을.
우리는 들어야 한다.
너와 나는 품어야 한다.

민족혼의 원천지 서라벌 바닷가
한개 돌이 되어 돌로 묻히어
숟한 세월 깔고 누워 터뜨린 밤과 낮이
비로소 일어서는
문무대왕 수중능침.
눈짓하는 대왕암.
아 우렁찬 육성만을 거느리고
멎을 수 없는 물결로 출렁이는
대왕의 용포자락을
우리는 보아야 한다
너와 나는 뼈마디 같이 새겨야 한다.

잠자는 우주에 하늘이 어설퍼
갈라진 땅 삼국을 하나로 얽어 낸
최초의 세월 현장
말씀은 하나,
백마의 피로 신에게 제 올리며
배달의 핏금으로 당나라를 밀쳐 낸
동방의 지도 위에 살아 있는 통일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귀와 눈이 하나되어 찾아야 한다.

설흔 번째 앉은 용상, 설흔 여섯에 올라
예지와 용맹 굽이마다 쌓아 놓고
제위 이십여년 천년 신라 집을 지어
지붕마다 피고 진
화랑의 꽃 챙겨 들고
위민(爲民)정치 반석 위로
쉰 여섯 이승 길 유언 따라 가신 것을
감은사 탑그림자 눈물처럼 풀어내는
2003년 새 아침
열리는 동해, 남빛 얼굴을
우리는 익혀야 한다.
알몸 씻는 대왕암
이글거리는 태양을
너와 나는 맞잡고 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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